■떠도는 것들의 영원
이균영 장편소설·문학사상사
5년 전 교통사고로 타계한 작가(이균영·1951~1996)가 세상을 뜨기 직전
'문학사상'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한 출판사의 주선으로 광복 50주년을
기념해서 등장인물 8명이 백두산 기행을 다녀오는 내용이다. 사보기자인
주인공 박 기자, 대학생 3명,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성윤직 교수,
작은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윤우섭, 일본인 재벌 2세 카타오카 겐키치,
직장여성 안성희 등이다.
이들이 심양, 연변, 연길, 용정, 백두산 지역을 탐방하면서 전개되는
에피소드와 역사 토론 등이 작품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이 소설은 일견
기행소설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항일투쟁의 공간에 대한 실제 답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상처에 투명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균영 문학의
독특한 소설 작법을 드러내고 있다. 생전의 저자와 같은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권성우 교수(동덕여대)는, "그는 끊임없이 역사와 문학의 만남을
추구해온 작가"라고 말했다.
83년 소설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독자에게 많이 알려진 저자는
93년 '신간회 연구'로 단재학술상을 수상할 만큼 탁월한
국사학자이기도 했다. 역사를 읽지 않는 소설가란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역사가 문학에 부여하는 미덕은 당대에 가장 절박한 균형감각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