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공주·멋진 영웅… 뭐든 될 수 있죠”##

"옷만 바꿔 입으면 꿈이 펼쳐지죠. 분장을 끝내고 거울 앞에 서면 일본
만화 '멋지다 마사루'의 무술인이 되고, 애니메이션 '동경 바빌론'의
미남 주인공 세이시로도 된답니다."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다 못해 직접 작품속 등장인물과 똑같은 옷을 차려
입고 그들처럼 행동해보며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세를 늘려가고 있는 만화 분장
동호인들이다. 일본에서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던 취미에 빠진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나코동(나우누리 코스프레 동호회)의 '킹 오브 하트'는 이
'코스프레족'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팀이다. 격투 게임인 '킹 오브 파이터즈'와 연애 시뮬레이션 '투
하트'의 팬들이 의기투합해 99년 만들었다.

'꾸민다'는 것은 밖으로 보여주는 행위를 통해 안으로의 만족을 얻는
행위다. 그래서 이들은 코스프레 대목 시즌인 방학을 기다렸다가 무대에
올라 관중들 앞에서 솜씨를 뽐낸다. 이 분야 동호인들이 모여 캐릭터
의상을 입고 연기-연출력을 겨루는 일종의 만화의상 패션쇼인 코스프레는
국내서도 한해 10회쯤 열린다. 28명의 회원을 거느린 '킹 오브 하트'는
국내 코스프레 행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아카(ACA) 만화분장 대회에
6번 출전, 5번을 우승한 강팀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에스카플로네'와
한국 게임 '제노 에이지'의 캐릭터로 무장하고 출전한 지난 8월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동호회장 송경환씨(21)는 "요즘 한국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발전하면서 한동안 무대를 주름잡던 일본 캐릭터들을 밀치고 국산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창세기전' 1, 2와
'제노 에이지' 등 게임과 만화가 박성우의 '천랑열전'과 그 후속작인
'나우'의 캐릭터들이다.

회원 조영석씨(21)는 "대회에 나갈 복장은 코스프레 전문 의상실에
맡기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재료를 구해 직접 만들어야 마음을 놓는
매니아가 많다"고 했다. 대회에서 입상하려면 대사연기, 효과음악,
연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동호회장 송씨는 "시즌이 시작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 연습에 몰입한다"고 말했다. 돈 없는 학생들이라
연습장은 동네 놀이터나 공원. 이들이 기괴한 만화 복장으로 연습을 하면
동네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이상한 취미'로도 보인다. 하지만 송씨는
"뭘 모르는 소리"라고 말한다. "만화와 게임 속에는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현실 속 우상보다 더 완벽한
캐릭터에 빠질만 하지 않습니까?" 송씨는 "야구, 축구 좋아하는
사람에게 '왜 그런걸 좋아하느냐'고 따지지 않듯, 코스프레도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취미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