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오브 드래곤 ’의 류 형사(이연걸)와 제시카(브리짓 폰다).

'소림사'(1980)에서 '황비홍' 시리즈, 최근 '리셀웨폰4'(1998)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에서 이연걸의 보여준 우아한 격투기는 수많은
무협·액션영화 팬들을 열광시켰다. 뤽 베송이 제작·시나리오를 맡은
'키스 오브 드래곤'(Kiss of the Dragon·23일 개봉)은 그런 이연걸의
현란한 개인기를 할리우드 범죄·액션 오락영화 스타일을 빌어 영화
전편에 담아낸다.

중국계 마약조직 두목을 체포하기 위해 파리에 온 중국 경찰
류(이연걸)는 프랑스 경찰과 공조수사를 하던 중 부패 형사 리차드(체키
카리오)가 꾸민 덫에 걸려 리차드가 죽인 조직 두목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친다. 류의 결백을 증명해 줄 것은 도망칠 때 갖고 나온 현장
녹화테이프뿐. 리차드는 경찰력을 동원해 류를 찾아나서고, 파리
한복판에 떨어진 류는 현장의 목격자 제시카(브리짓 폰다)를 만나게
된다.

'키스 오브 드래곤'은 70년대 후반 중국 무술대회를 석권하며, 무예의
달인으로 추앙받았던 이연걸(38)의 화려한 무술과 무서운 '스피드'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반면 드라마로서의 짜임새는 허술하다.
플롯은 류 형사를 궁지로 몰아넣어 부패 형사들과 충돌하는 장면을
최대한 뽑아내려는데 모든 신경을 기울인다. 관객이 류 형사의 억울한
심정을 공감하도록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악당을 자임한 리차드 형사가
도대체 왜 이런 엄청난 음모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선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범죄·액션 영화, 프랑스도 이만큼 한다'를 보여주려 한
것일까. 격투 장면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지만, 가끔씩 과도하게
잔인한 장면들이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