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다. 저금을 할 뿐이다.
조선중앙은행은 시·군마다 지점을, 마을에는 저금소를 두고 있다.
저금소에는 소장과 부기원(경리원) 2명 정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규모가 큰 곳은 직원이 5명인 곳도 있다.

가축을 키우거나 부업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면 주민들은 동네 저금소에
저축을 한다. 다른 동네의 저금소에는 갈 수 없다. 통장에는 고유번호가
있다. 돈을 찾으려면 저금통장과 공민증(주민등록증), 도장을 지참해야
한다. 비밀번호는 없다. 저금소 직원들은 관할구역만 상대하기 때문에
예금주는 물론 가족까지도 잘 파악하고 있다. 아이들이 부모의 돈을 몰래
빼 쓰려고 통장을 들고 나가도 저금소 직원들은 부모에게 연락을 해
본다. 낯선 사람이 남의 통장을 갖고 와서 돈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현금이 비교적 잘 도는 평양에서는 주민들의 은행을 활발히 이용하는
편이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은행 창구는 한산하다. 지방 저금소는 운영
시스템이 낙후하고 현금 흐름이 좋지 않아 주민들이 현금을 찾으러 와도
제때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축한 목돈을 쓰려면 미리 저금소
직원에게 부탁을 해야 할 정도다. 자기돈을 찾는 데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큰 돈을 만지는 장사꾼들일수록 돈을 제때 찾을 수 없는 은행 저축을
기피한다. 목돈이 국경지대로 몰리고 은행으로 잘 유입이 되지 않자 북한
당국은 '추첨제 저금'과 같은 이벤트를 만들어 저축을 장려하기도
한다. 분기별로 예금자를 복권식으로 추첨해 1등은 원금의 100%, 2등은
80% , 3등은 50%를 상금으로 지급한다. 올해 1/4분기 경우 추첨제 저금
당첨자는 123명이었다. 은행 이자는 연 3%다.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예금은 저조한 편이다. 주고객은
가정주부들로 대부분 관혼상제에 대비해 저축을 하고 있다.

기관이나 기업들은 은행과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다. 기업들은 은행에서
예산을 대부받아 연말에 정산하게 된다. 정해진 예산을 받아 기업활동을
한 뒤 연말에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하면 이듬해 예산은 삭감되고,
자칫하면 직원들의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없게 된다.

기업 간 또는 기업과 은행간의 거래는 모두 수표로 결제된다.

현재 북한의 은행은 조선중앙은행과 대외금융을 맡는 조선무역은행,
부문별 전문은행인 조선대성은행 조선금강은행 등 10여 개의 은행이
있다. 90년대 들어 홍콩의 루비홀딩사(홍보석유한공사)와 페레그린,
네덜란드의 ING 등과 합작한 은행들이 설립됐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