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 조추첨을 목전에 둔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의 요즘 심정은 수험생을 둔 부모 마음이다. 어떤 시험이든 수험생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가 가슴을 더 졸이듯 본선 조추첨이 다가올수록 코칭스태프의 마음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겉으로 보기엔 태연하다. 그저 "약한 상대는 없다"는 상투적인 말로 각오를 대신할 뿐이다. 그러나 그도 사람인 이상 조금이라도 상대하기 편할 거라고 느끼는 팀이 없을 리 만무하다. 그래선지 요즘 쏟아내는 그의 말들 중에는 북중미팀들과 맞붙는 게 편하다는 뉘앙스가 솔솔 풍겨나온다. 이는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이미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꺾었고, 지역안배상 아시아팀들과 같은 조가 될 수 없다면 북중미팀들이 그 중 편하다는 히딩크 감독의 진심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마치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같은 히딩크 감독에 비해 한국인 코칭스태프들의 표현은 좀 더 솔직하다. 정해성 코치는 요즘 조추첨을 앞두고 치성들이기에 들어갔다. 정안수 떠놓고 달님을 바라보며 손바닥을 비비지는 않지만 말 한마디라도 곱게 쓰고 평소보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조금이라도 쉬운 상대가 같은 조에 편성되지 않겠어요?" 정코치의 말속에는 고3 학생을 둔 학부모의 애틋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코치 뿐만이 아니다. 박항서 코치, 김현태 코치도 요즘 왁자지껄한 모임의 약속은 모두 취소하고 조용히 조추첨일을 기다리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속담을 가슴에 새기며….
〈 스포츠조선 추연구 기자 pot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