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소문 잘 내달라" 감독-배우들 애교 ##
시사회만큼 즐거운 영화 관람은 없다? 산해진미 잔치상 차려놓고 첫 시식
손님 모시는 자리니 청한 쪽이나 손님쪽이나 가슴 두근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마케팅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 벼라별 시사회가 다
열린다. 덕분에, 시사회만 잘 골라서 다니면서 남보다 먼저, 공짜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시사회도 대체로 정해진 순서가 있다. 영화 제작자나 수입 관계자들이
모여서 보는 기술시사부터, 기자나 평론가를 초청하는 기자 시사, 배급
담당자와 극장주를 대상으로 하는 배급시사,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모니터 시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홍보를 위한 일반 시사가
이어진다. 일반 시사가 확대되면, 문화예술계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초청하는 VIP (?)시사도 있다. 물량 작전도 있다. 최근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개봉 전 3만명 시사라는 거대한 시사회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시사회의 목적은 영화를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도 수요공급
법칙이 작용한다. 요즘 한국 영화 붐이 형성되면서 한국 영화 시사회장은
돛대기 시장은 저리가라다. 내로라하는 평론가와 기자들도 좌석표를 받기
위해 줄을 늘어서고, 덕분에 불평도 높지만, 바늘 꽂을 틈도 없이 자리가
꽉꽉 들어차는 것은 대부분 한국 영화 시사회장이다.(한번 밖에 안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기자 시사는 관객들이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되는 평을 쓰기 위한
자리라서 중요하고, 배급시사는 극장주들 반응이 바로 극장 잡는 성과로
연결된다. 모니터 시사는 일반적으로 이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가늠해보는 자리다. 그런만큼, 똑같은 영화를 놓고 시사회마다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영화 전문가들일 수록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도 커서, 요즘은 서로 다른 요소들을 현장에 '섞어놓는' 처방을
쓰기도 한다. 아무리 객관적인 평을 쓴다해도, 썰렁한 시사회장 분위기는
영화를 평가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사례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때였다. 이명세 감독에
박중훈, 최진실이 주연한 이 영화 첫 시사회는 기자 시사회였다.
자신감과 기대심에 어둠 속에서도 시사회 내내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살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안에 불이 켜졌다. 대부분 시큰둥하다못해
근엄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한숨 푹 잘잤다는 얼굴도 있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시사회 반응이 좋아도 흥행이 될까말까 한데…
다음날은 일반 관객 시사회. 더 걱정스러웠다. 관객들도 재미없게 보면
끝장이니까. 근데 이게 웬일인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객석은 난리였다. 관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박수까지 쳐대며 깔깔 웃는게 아닌가. 개봉날 전회 매진은 물론이고 꽤
괜찮은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로 기록됐다.
시사 대상에 따라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코미디
영화일 때는 더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기자 시사나 배급 시사일 경우
일부러 일반 관객을 불러모으기도 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그래서 요즘 왠 영화기자가 이렇게 많냐는 불평도 치솟는다.)
시사회장의 또 하나 볼거리는 스타들이다. 특히 기자 시사 때는 짤막한
무대 인사와 영화 상영 후 공동 인터뷰가 이어지는 일이 많아, 평소 얼굴
보기 힘들던 배우들을 만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또 출연배우나
감독과의 친분으로 격려차 시사회장에 나타나는 스타들을 볼 수 있는
깜짝 이벤트도 있다. 이정재 같은 스타일리스트는 깜깜한 극장에도 멋진
선글래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고, 여자 배우들은 야회복 스타일로
어깨가 다 드러나는 성장을 하고 나오기도 한다. "열심히
만들었다" "잘 봐주세요"란 말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다시는 이
감독하고 영화 하고 싶지않았다"는 독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취재 열기도 대단하다. 배우들의 입장에서부터
무대인사, 퇴장 때까지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공중파,
케이블, 인터 넷방송 카메라의 취재경쟁은 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다보니, 영화 상영이 시작되는 데도 객석에 앉은 스타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조명을 끄지 않아 비난을 사기도 한다.
스타 이벤트는 간혹 일반 시사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감독과 출연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진행된다. "영화 잘 보고 입소문 많이
내달라"는 애교어린 행사다. 이런 시사에 참석한 관객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남보다 먼저 영화를 보는데 더해, 스타들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았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까.
(채윤희ㆍ올 댓 시네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