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유명산에서 공공근로 요원들의 숲가꾸기 작업이 한창이다.솎아베기 작업을 마친 숲(사진 앞쪽)은 햇볕이 잘 들어 나무들 발육이 좋은 반면 솎아베기를 하지 않은 곳(사진 뒤쪽)은 컴컴해 ‘죽은 숲 ’의 모습이다./가평= <br><a href=mailto:join1@chosun.com>/조인원기자 <

## 간벌한 곳은 굵은 나무 쑥쑥…숲 잘가꾸면 10년에 100조 이익 ##

“나무 넘어간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숲 가꾸기' 작업 현장.
안전모를 쓴 공공근로 요원 70여명이 기계톱, 지렛대등을 들고 국유림
19㏊(5만7000평)에서 하루 20그루씩 나무를 베어내고 있었다. 70년대
평당 1그루씩 빽빽하게 심어놓은 나무중 성장상태가 나쁜 나무만 골라
전체 산림의 30~40%를 솎아베는 '간벌' 작업이다.

"지금까지는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지만 이제부터는 솎아베기·덩굴치기·
가지치기 등으로 아름드리 거목을 키워야 합니다." 산림청
춘천국유림관리소의 김덕수(50) 청평 경영팀장이 "간벌하지 않으면
나무가 콩나물처럼 길게 자라 목재가치도, 환경보존
의미도 없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태화산 800㏊(240만평) 규모의 서울대 시험림.
시험림에서는 지난 98년부터 간벌효과를 측정 중이다. 간벌 숲은
띄엄띄엄 떨어진 나무 사이에 청미래·산딸기·싸리나무·국수나무 등이
우거지고 떨어진 낙엽은 노랗게 썩어 푹신푹신했다. 나무 등걸엔 파랗게
이끼가 끼였다. 반면, 그냥 내버려둔 곳은 촘촘한 나무 사이로 햇볕이
들지 않아 초가을에 떨어진 잎이 아직도 갈색이다. 땅은 딱딱하고,
나무와 나무 사이 덤불도 없다. 『잣등 열매도 간벌한 쪽이 훨씬
토실토실해 뱀·청설모 등 동물도 간벌한 쪽에 더 많다』고 '생명의숲
가꾸기 국민운동' 직원 김형곤(29)씨는 말했다.

우리나라 인공림 300만㏊는 대부분 70~80년대 심은 나무로, 이 중 정돈을
마친 면적은 현재 37만㏊에 불과하다. 수령 60년을 고려하면 '청년기'지만,
워낙 빽빽하게 심어 발육이 나쁜 나무는 직경이 10㎝도 안 된다. "요컨대
나무는 많지만 '살아있는 숲'은 아니며, 따라서 목재 자급률도 아직
6%에 그치고 있다"고 산림청 임상섭(31) 사무관은 말했다.

"아름드리 나무로 키우기 위해서는 10년에 한 번씩은 간벌을 해야
한다"는 '생명의 숲' 이강오(34) 부장은 "기존 나무들이 수령을 다할
때면 '새끼나무'들이 청년기가 돼 추가 인공조림 없이도 숲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균(44) 산림청 산림자원과장은 "나무를 잘 가꾸면 10년 뒤 나무
생장량의 가치는 50조원, 산사태 방지, 대기 정화, 수원 함양 등 숲의
공익적 기능의 가치는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숲은 우리가
후손들에게서 잠시 빌려쓰는 자원으로, 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 이강오 부장
"우리 숲도 독일처럼 울창하게 만들것"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www.forest.or.kr)'의 이강오(34) 부장은
'전직 머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98년 1월부터 12개월 동안 경기도
용인의 한 버섯재배 농가에서 1년에 두 차례 20만원씩 새경과 180만원짜리
오토바이를 지원받으며 농사일을 배웠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에 사는
부모는 "대학원 나와서 웬 머슴살이냐"고 펄쩍 뛰었지만 "현장 실습을
통해 버섯 등 산림 생태계를 많이 익혔다"고 웃었다.

그 이전에는 외국 산에서도 일을 했었다. 93년 서울 농업생명과학
대학원에서 열대림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그해 8월부터 96년
2월까지 필리핀 파나이섬에서 나무 심기 자원봉사를 했다. 96년 8월 다시
UN봉사단 자격으로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에 가서 6개월간 묘목을
키워봤다. 몰디브에서는 반찬이 없어서 배추를 직접 심어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다.

그는 "필리핀 국토 산림이 20세기 초 전 국토의 70%에서 현재 20%로
줄어든 것을 보고 놀랐다"며 "우리는 산을 잘 가꿔 지구 전체의
'산소탱크'인 천연림을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대 농대 86학번인 이씨는 99년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에
합류한 뒤에도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날이 드물다. 서울 관악산, 경기도
광주 태화산, 남양주 광릉 등 전국 10개 사업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솎아베기(간벌)·덩굴치기 등 숲 가꾸기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숲을 독일, 시베리아처럼 울창하게 만드는 게 꿈"이라며
"숲속에 들어가면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