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부터 시작된 조직폭력 영화 열풍은 최근들어「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로 이어지면서 가히 「조폭전성시대」라 할만하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조폭업무만 맡아온 부산지역 조폭전문가인 경찰청
폭력계 고행석(50·경사) 주임은 「조폭전성시대」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된 사건은 90년대 초반 '범죄와의 전쟁'으로
조직폭력배의 두목들이 다 잡혀들어가자 검거되지 않은 일개 행동대장들
끼리 영역 다툼을 벌이다 발생한 살인사건입니다. 거기에 무슨「의리냐
조직의 명령이냐」 하는 갈등이 있었겠습니까?"

부산에서 '전설'처럼 떠도는「조폭」들에 관해 고주임은 "힘없는
사람에게서 돈이나 빼앗고 사소한 일에 괜히 목숨거는 ×들에게 무슨
영웅같은 전설 얘기가 있겠냐"고 했다.

고 주임은 경찰생활을 시작한지 4년만인 82년 처음 부산경찰국에서
조직폭력 관련 업무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줄 곧 조직폭력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왔다. 경찰 인사의 특성상 보직이 순환되는게
보통이지만 고 주임은 '조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 5% 인원'에
선발돼 지금까지 한우물만 파왔다. 고 주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운좋은 공무원"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부산 조폭 관련 사건파일 중 그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 주임은 "조직폭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86년부터 지금까지
부산지역에서 검거된 200개파 2000여명에 달하는 조직원들의 신상과
계보를 손바닥 보듯 훤하게 알고 있다"며 "두목급은 주민등록번호까지
외고 있다"고 말했다. 「기억과 경험, 그리고 구체적 자료를 후배들에게
온전하게 넘겨주기 위해」관리하던 조폭 자료들을 컴퓨터에 사건별,
조직별로 분류해 입력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고주임은, "기회가 되면
영화나 전설같은 얘기만 듣고 조폭을 동경하는 청소년들에게 조폭의
실상을 알려, 선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