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희귀 영화 비디오 판매점 ‘청춘극장 ’대표 안구찬씨가 희귀 비디오들을 진열하고 있다. <br><a href=mailto:choish@chosun.com>/최순호기자 <


서울 을지로3가 쁘렝땅백화점 지하의 '청춘극장'(02-318-3645) 이란
가게는 얼핏 보면 평범한 비디오 대여점 같다. 하지만 매장을 한번
구경해보면 영화 매니아들은 입이 벌어진다. 다른 비디오 판매점에선
좀처럼 구경도 할수 없는 동-서양 걸작영화의 진귀한 비디오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문을 연 이 가게는 대여는 일체 하지 않고
희귀 비디오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전문점이다. 이 중엔 68년 유현목 감독
작 '아리랑', 하길종 감독의 '한네의 승천', 김청기 감독의
애니메이션 '로버트태권브이' 1탄, 신성일-윤정희가 주연한 신상옥
감독의 69년작 '장한몽' 같은 추억의 한국영화도 있고, 바그너
일대기를 다룬 러처드 버튼 주연의 '바그너', 비틀즈의 생전
연주실황을 담은 다큐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 등 일반대여점엔 없는
희귀 영화들이 있다. '협녀'로 유명한 호금전의 고전무협영화들도
전시되어 있다.

작년 6.13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혹시 옛날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과 '2박3일'을
보았느냐"고 말을 건넸을때 우리측 대표단들이 잘 몰랐던
'2박3일'이란 한국영화도 물론 이 가게엔 있다. 이 비디오들중 평범한
것은 4000원짜리도 있지만 희귀작은 최고 30만원까지 한다. 이 많은
희귀비디오들을 어떻게 구했느냐는 궁금증에 대해서는 "여러 곳을
다니며 발품을 판다"고만 했다.

이곳의 단골들은 20대부터 노년층까지,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왕년에 스크린을 주름잡던 옛배우들과 감독들, 평론가들도
자주찾는다. 임권택 감독도 가끔 오는데 언젠간 자신의 79년작
'신궁'비디오가 있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 사갔다고 주인
안구찬(40)씨는 말했다. 최무룡씨의 열렬한 팬이라는 50대 여성팬은
'열두여인'(71년작)등 최무룡 주연영화 40여편을 싹쓸이 해가기도
했다. 영화 제목만 나오면 개봉관, 개봉날짜까지 사전처럼 줄줄줄
설명해주는 대표 안구찬씨의 해박한 영화지식을 만나는 일도 즐겁다.

주인 안씨는 "한 할머니는 50~60년대 국내영화에서 활동한 배우
'김을백'의 영화목록을 깨알같이 적어와 혹시 구할수 있느냐고
찾아왔다가 '비디오론 나와있지 않다'는 설명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가셨다"며 "폭력 위주의 영화가 판치는 요즘과 달리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한국영화전성기때의 작품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복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