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 건물내에 건설중인 주차장. 출입구가 등·하교길인 왕복 2차로 도로와 만나 이 길을 이용하는 학생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a href=mailto:choish@chosun.com>/최순호기자<


지난 13일 낮 12시40분쯤 서울 성동구 금호 초등학교. 새로 지은 6층짜리
교실 건물 지하 3개 층에서 164대 규모의 주차장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학교 후문 계단을 내려온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왕복 2차로
도로와 주차장 공사현장 사이를 지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이 학교는
학교 후문쪽 지대가 낮아 도로쪽에서 보면 지상 1~3개 층, 운동장에서
보면 지하 3개 층이 주차장인 셈이다. 후문을 통해 통학하는 학생들은
아침 저녁으로 주차장을 드나드는 차량들과 만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서울시가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추진중인 '학교 주차장'을
둘러싸고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학부모들과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더 이상의 주차공간이 없는 주택가 밀집지역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학교 주차장 건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 그러나 학부모들은
"어른들의 주차문제를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로 해결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특히 학교 주차장이 시가 추진중인 '스쿨
존(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운동'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5월부터 학교 반경 100~200m 이내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속도를 제한하는 등 차량의 학교 접근을 최대한 억제하는 스쿨
존 정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금호 초등학교 외에 서울시가 '학교 주차장'을 추진중인 곳은 내년
개교 예정인 금천구 독산고교(운동장 지하 60대 규모), 강서구 화일(건물
지하에 135대 규모), 은평구 서신(100대 규모. 주차장 부지 미정), 연광
초등학교(운동장 지하에 150대 규모) 등 모두 5개교. 독산고교 주차장은
시공사 사정으로 지난 8월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나머지 학교들은
2003년 개교와 함께 주차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밖에도
종로구 창신, 재동, 동대문구 홍파 초등학교 등에도 건물 개축 때
지하주차장을 지을 계획을 세웠지만, 안전문제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반대로 취소했다.

정수용 서울시 주차계획팀장은 "주차장 확보율이 50~60%에
불과한 주택가 밀집지역은 공동주차장을 세울 땅조차 없기 때문에 학교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주차장 출입구를 교문과 떨어진 곳에
배치하는 등 어린이 안전 문제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학교 주차장 건설비가 한 대당 3500만원으로 주택가
공동주차장의 평균 비용 2600만원보다 많기 때문에 그나마 신·개축을
하는 일부 학교에만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어린 아이들이 교문 앞만 오갈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난
6월 학교 앞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는 서 모(여·40)씨는 "그렇지
않아도 학교 근처에 차가 많아서 겁나는데 학교 안에 어떻게 주차장을
만드느냐"고 말했다. 학부모 이 모(여·43)씨는 "주차장 출입구가
교문과 떨어져 있다지만 어차피 통학로에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 허억 소장은 "선진국은 어린이 안전을 위해
등·하교 학생들을자동차에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정책을 펴는데, 우리는
어떻게 학교에 주차장을 만들 생각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