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과 6월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당과 기업의 간부, 장사꾼, 폭력배
등 30여 명이 부정과 범죄 혐의로 공개 또는 비공개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12명이 혜산의 운촌비행장 근처에서 공개 총살당했다.
당시 공개 처형을 목격했던 탈북자 임성길(25·가명)씨는 "사형당한
사람들은 모두 권력자거나 돈 많은 부자들이어서 주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면서 "이 때문에 공개처형을 보러 모인 사람이 1만 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공개처형된 사람은 혜산시 상업관리소장(서옥순), 둘쭉술가공공장
지배인, 신발공장 초급당비서 등 간부들로 이들은 모두 국가재산을
빼돌리거나 부정축재한 혐의자였다. 혜산에서 소문난 장사꾼이었던
김기성, 김강남(26ㆍ일명 깡남이)과 호빼 곡괭이 등의 별명으로 불린
폭력배들도 이때 공개 처형당했으며, 이들은 밀수를 하면서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넘기거나 이산가족 만남 등을 주선하다가 간첩으로 몰린
경우였다.

비공개 처형된 사람중에는 인민군 제376군부대(혜산 주둔) 정치부장,
국경경비대 정치지도원, 양강도 인민보안국(경찰) 수사과장(김성우) 등이
포함됐다. 제376군부대 정치부장은 군부대 물자를 빼돌렸고, 국경경비대
정치지도원은 남한 비디오테이프 '장군의 아들'을 입수해 태권도
교육을 위해 대원들에게 보여줬다가 문제가 됐다고 한다. 도 인민보안국
수사과장은 뇌물 수수죄로, 군수품공장 보안원은 공장재산을 빼돌린
혐의였다. 비공개 처형된 사람들의 이름과 직책, 죄목 등은 시내 곳곳에
공고됐다.

당시 사건 수사는 인민군 보위사령부가 맡아 권력기관까지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공개 처형방식도 그동안 사형수를 말뚝에 묶어 놓고 일정
거리에서 총살하던 것과 달리, 무릎을 꿇려 앉히고 머리 뒤에서 권총을
쏘아 그 모습이 더욱 처참하게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공개처형은 권력층의 부패로 국가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간부와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처형당한
사람들 외에도 100여 명의 간부들이 감방과 노동교화소에 수감됐고
가족들은 추방됐다. 당시 혜산시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보위사령부가
혜산을 "빗자루로 쓸겠다"고 보고하자 김정일은 "물걸레로
청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했다고 한다.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한동안 시민들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자
보위사령부는 "조사가 끝났으니 이제 마음 놓으라"며 주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혜산시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있은 후 간부들의 노골적인 비리가 줄어들고 분위기도 다소
진정됐지만, 최근 다시 밀수 등이 성행하면서 단속도 함께 강화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