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교수는 “옥중에서 집필하면서 자료를 마음대로 구할 수없어 안타까웠다 ”고 했다.

## "문명의 속성은 충돌 아닌 공존"…'깐수'로 잘 알려져 ##

무하마드 깐수로 잘 알려진 정수일(67) 전 단국대 교수가 학계에
본격적으로 복귀한다. 이번 주말 출간하는 '씰크로드학'(창작과
비평사)과 '고대문명교류사'(사계절) 등 묵직한 저서 2권을 동시에
펴내면서다. 지난 92년 '깐수'라는 이름의 아라비아인 학자로 활동하며
'신라·서역 교류사'를 펴내 동서 문명교류사 연구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96년 간첩 혐의로 체포돼 한국인임이
밝혀지고 12년 형을 선고받으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했다. 작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서울 금호동 자택에 칩거하면서 집필에만 매달려왔다.

그는 '씰크로드학'과 '고대문명교류사'와 관련, 법정진술에서도
"컴퓨터에 입력된 원고만은 살려서 학계에 남기고 싶다"고 재판부에
간절하게 부탁했었다.

정 교수는 지난 9월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번역 출간했고, 학회에도
얼굴을 비추는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했으나, 취재진은 한사코
피해왔다. 부인 윤순희씨는 전화통화에서 "아직 국적 취득도 못했고,
법적으로도 자유롭지 못해서…, 잘 아시잖아요"라며 말을 흐렸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정 교수를 만났다.

-96년 수감 이후 5년만에 학계에 돌아온 소감은.

"저는 '학계에 돌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도 학계를
떠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아마
집필 같은 일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크로드학'과 '고대문명교류사'는 어떤 점에서 학계에 기여할
수있을까요.

『문명교류사를 학문적으로 정립해 보는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학문적
견해를 제시한 것 뿐입니다. 실크로드를 환지구적 문명교류통로로 개념을
확대,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교류상을 체계화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실크로드를 한반도에까지 연장함으로써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복원하려는 시도도 들어있습니다. 』

-어학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말할 수 있는
언어와 문헌을 해독할 수있는 언어는 어느 정도입니까.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영어는 그런 대로 쓰고 있습니다.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비롯한 다른 너댓 가지 언어도 배우기는 했으나 많이
잊어먹었습니다. 감옥에 있을 때 불경을 공부하려고 하니, 산스크리트어를
알아야 했기에 책을 들여와 공부한 일도 있습니다."

-정 교수의 이슬람 학문 연마에 북한의 이슬람학이 어느 정도
기여했나요. 북한의 이슬람학 수준은 어느정도입니까.

"북한에서 아랍어 어문학은 일찍부터 대학에서 교육되고 있으나,
이슬람학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거기를 떠난지 근 30년이나 지나
이슬람학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없습니다."

-9·11 테러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문명 충돌, 종교 충돌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동서문명교류사 전공자로 최근 테러가 야기한
세계정세를 어떻게 봅니까.

"최근의 테러는 반문명적인 행위로서 결코 문명충돌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문명의 속성은 본질적으로 공존이지 충돌은 아닙니다."

-무하마드 깐수에서 정수일이란 이름으로 내는 첫 저서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 출간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학문에 뜻을 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십니까.

"출소 후 이때까지는 책을 내는 데만 몰두했습니다. 한 가지 여가라면
한 달에 한두 번 서울 근교 산에 다녀오는 일입니다. "

-앞으로의 연구와 활동 계획은.

"그저 해오던 공부를 계속하고 책이나 몇 권 더 써보려고 합니다.
문명교류사 3부작(고대편, 중세편, 근현세편) 외에 '씰크로드학'
속편으로 '신씰크로드학'을 펴내고, 자료 수집이 7할쯤 된
'문명교류사사전'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밖에 '신라-서역교류사'에
이어 동학이나 후학들과 함께 '고려·서역교류사'와 '한국 근현대
대외교류사'도 써냈으면 합니다. 하다가 못하면 누군가 뒤이어
해주었으면 해서 만용 같은 과욕을 부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