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정년퇴직을 앞둔 모 기업 부장 김모(55·서울 구로구 구로1동)씨
부부. 일찍 결혼한 덕분에 자녀 2명은 이미 출가시켜 교육비나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은 없는 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대책이 막연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퇴직금은 몇 년 전 중간
정산으로 이미 털어먹었다. 현재 부부의 재산은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와 은행 예금 3000만원뿐. 은행 재테크 상담원은 "집을
팔아 '즉시지급연금'(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고 매달 원금과 이자를
연금처럼 받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일러주었지만,
'원금을 까먹는 상품'이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집 장만하랴, 자식 뒷바라지하랴 바삐 살다보니 정작 자기자신은 못 챙긴
채 '준비 안된' 노년을 맞이하는 중장년층이 크게 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퇴직금 중간 정산제와 연봉제를 시행하면서
이런 현상은 부쩍 심화되고 있다.

흔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기업의 퇴직금 등 기업연금, 그리고
스스로 준비하는 사적연금인 개인연금을 3대 사회보장 장치라고
하지만, 공적연금과 기업연금은 별로 기대할 게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민연금은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연금만 지급될 뿐이며,
퇴직금으로 대표되는 기업연금 역시 중간 정산제과 연봉제 시행으로 더
이상 '기댈 언덕'이 못 되고 있다. 결국 개인 스스로 노후 대비
금융상품에 하루라도 빨리 가입해 준비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기관에서 판매 중인 노후 대비 상품은 많지 않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개인연금'이다. 개인연금은 판매시기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94년 6월부터 작년 6월 말까지 가입할 수 있었던
'개인연금신탁',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판매한
'신개인연금신탁', 그리고 올 들어 판매를 시작한 '연금신탁'이다.

아직까지 가입한 개인연금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연금신탁을 가입해야
하겠지만 이미 개인연금신탁이나 신개인연금신탁을 가입한 사람은 이미
가입해 둔 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연간 불입액의
40%(최고 72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고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며,
퇴직자가 연금 불입기간 중 중도해지하거나 연금지급기간 중에
일시금으로 연금을 받더라도 소득공제 받은 금액을 추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개인연금신탁이나 신개인연금신탁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연금신탁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연금신탁도 납입액 기준으로
24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은 당장 연금이 필요한 노인층 고객은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금융기관에서 작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상품이 '즉시연금'이다. 10~20년간 돈을 불입해
연금을 받는 일반 연금상품과 달리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곧바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보험사에선
'일시납 즉시연금', 은행권에선 '즉시연금신탁'이란 이름으로 이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사의 '일시납 즉시연금'에 목돈 1억원을 예치하면 매달
67만원의 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 은행의 '즉시연금신탁'
역시 목돈을 예치하면 이자에 원금을 보태 매월 일정액을 지급해 준다.
연금을 받는 기간은 가입자가 5년 이상 연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고객이 1억원을 맡기고 10년간에 걸쳐 나눠서 연금으로 받겠다는
조건을 붙이면, 매달 86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물론 10년이 지나면
원금은 제로(0)가 된다. 즉, 연금지급 기간이 끝난 뒤의 노후 대책은
따로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한꺼번에 예치할 목돈이 없는 사람은 은행에 집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금을 매달 일정액씩 연금처럼 받는 상품을 대안으로 삼으면
된다. 국민은행의 '실버론'과 조흥은행의 'OK 연금 모기지론'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을 이용하면 집을 담보로 잡히고, 최장
10~15년까지 대출금을 매달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품 역시
연금지급 기간이 끝나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은 우리나라 노인층의 완강한 원금보전 의식 때문에 인기가 없는
편이다. 조흥은행의 'OK 연금 모기지론'은 작년 6월 처음 선보였지만,
지금까지 대출 실적이 단 1건도 없다. 조흥은행 소비자금융부 전덕렬
차장은 "잘못돼 집까지 날려버리면 낭패를 본다는 의식이 워낙 강한
탓"이라며 "선진국처럼 다른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판매가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