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과후 3시간 완전 자유##
## 군기잡던 일석점호 대신 취침-참석점호로 ##

훈련과 군기, 일석점호 등 살벌하게만 인식돼오던 병영에도 '캠퍼스
문화'가 침투하고 있다. 개성과 자기생활을 중시하는 21세기 젊은
병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대학생들의 여가활동처럼,
군에서도 일과 후엔 록밴드 등 동아리 활동, DDR를 비롯한 오락, 인터넷,
음주 등 과거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허용되고 있다.

12일 오후 동부전선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을 지키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 육군 을지부대의 포병연대 89포병대대. 오후 5시 하루 일과가
끝난 뒤 10여명의 병사들이 징과 꽹과리 등을 두들기며 사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취미를 살린 동아리 활동의 하나다.

이 부대는 병사들에게 '1인 1동아리 가입'을 의무화, 사물놀이 외에
힙합댄스와 랩댄스 등 댄스, 헬스, 신문, 방송, 광고, 축구, 농구,
음악감상, 영어회화, 바둑, 만화, 디자인 등 18개 동아리가 조직돼
활동중이다. 물론 6개월~1년 간격으로 교대되는 철책 근무자들에겐
이같은 동아리 활동이 금지돼 있다.

댄스 동아리에 가입해있는 이주원(22·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병은
"입대 초반엔 군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까 겁을 먹었는데 선임자들이
부드럽게 대해주고 대학생활 때도 못해봤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을지부대의 대대급 이상 부대에선 인터넷이 가능한 PC방을 설치, 제대를
앞둔 고참 병장들에게 집중교육을 통해 인터넷 정보검색사, 웹 디자이너
등 자격증을 따도록 하고 있다. 사단사령부 통신대대 소속 이상원(22·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병장의 경우 군입대 후 정보검색사 1급,
워드프로세서 2급 등 2개의 자격증을 땄다.

주말인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육군 백마부대 예하 독수리연대
2대대의 '스트레스 해소방'. 7명의 병사들이 DDR기기 2대 위에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격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지난 5월 설치된 DDR는
병사들에게 최고의 인기상품.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40명에 달한다.

이날 저녁 부대 간부식당 내에 설치된 '맥주방'에선 병사 10여명이
모여 앉아 500㏄ 생맥주잔을 기울였다. 부대 내에서의 일과 중 금주
원칙은 그대로지만 일과 후에는 병사들에게 1인당 최대 1000㏄까지
생맥주를 팔고 있다. 마치 대학가에서 방과 후 대학생들이 생맥주 한 잔
기울이는 듯한 분위기다. 대대장 이상근(40·육사41기) 중령은 "처음엔
윗분들도 말리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부작용 없이 부대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동북단 최전방을 맡고 있는 육군 뇌종부대의 병영생활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마라톤, 외국어공부, 연극, 전산 등 대대별로 3~4개의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구타 및 가혹행위를 막기 위해 병사들이 부대
밖에서 지휘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훈참모
김재을 중령은 "훈련강도는 과거와 변함이 없고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병사들의 동기부여가 많이 돼 전투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공군의 병영생활 변화도 육군과 마찬가지.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는
지상근무 때는 애니메이션 클럽, 댄스, 모형 만들기 등 동아리 활동과
전자오락·DDR를 통해, 함정을 타고 바다 위에서 근무할 때는 음악 및
영화 감상, 전자오락, 게임 등을 통해 각각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있다.

요즘 병사들의 내무반 생활은 머리를 마음대로 기를 수 없다는 것과
사복을 입을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곤 대학 기숙사를 연상시킬 정도다.
과거에는 일과시간이 끝나면 '고참' 주재로 총기·화장실 청소, 땔감
마련 등의 잡일을 하거나 별도의 정신교육을 받으며 저녁 시간을
'때워야' 했다. 고참의 심기가 불편하면 '공포의 일석점호'나
'화장실 뒤편 집합'도 각오해야 했다. 그러나 이젠 평일에도 오후 6시
저녁시간이 끝나면 밤 9시까지 3시간 동안 완전한 '내 시간'이 보장돼
공부를 하든, 동아리 활동을 하든 마음대로다. 구타나 가혹행위도 거의
사라졌다. 중대별로 한대꼴인 공중전화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군기
잡던 일석점호도 누워서 받는 취침점호나 앉아서 받는 착석점호로
바뀌었다. 식사도 90년대 들어 1식3찬에서 4찬으로 늘었고 메뉴가
다양화됐다.

백마부대는 요일별로 편지쓰기, 종교활동 등 항목을 바꿔가며
일석점호(일명 '무지개 점호')를 취하고 있으며, 사고를 미리 막기
위해 개인의 바이오리듬을 일일이 체크, 안 좋은 날엔 '빨간 배지'를
달아 서로 조심토록 하고 있다. 또 사단 사령부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들과 인터넷을 통해 면회할 수 있는 화상 면회소도 지난해 말
설치, 장병과 부모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별취재반)
/ 김창우기자 cwkim@chosun.com
/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 이길성기자 attic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