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남 진이 부른 '님과 함께'라는 노래에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맞다. 유행을 따르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유행에 아주 푹 빠져 완벽하게 보조를 맞추는 사람, 대충 흉내만 내는 사람, 그런 거 싹 무시하고 사는 사람…. 요즘은 색깔이 유행인 것 같다. 머리카락이며, 휴대폰 액정화면이며 온통 색깔로 승부하려 든다. 한 미녀 탤런트가 어느 TV 광고에서 "네가 컬러를 아느냐"며 상대 남자를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장면만 봐도 아, 요새는 컬러가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축구판에도 유행이 흐른다. 포메이션만 하더라도 4-2-4가 유행했다가, 3-5-2가 난리쳤다가, 또 4-4-2가 떴다가 한다. 일본에선 오래전에 3-5-2 바람이 불어 그 걸로 프랑스월드컵을 치렀고, 현 트루시에 사단도 쓰고 있다. 하지만 수비형태는 전혀 다르다. 숫자만 같은 3일뿐 전술적인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랑스월드컵 때는 스위퍼 이하라(34ㆍ우라와)를 축으로 아키타(31ㆍ가시마)와 오무라(32ㆍ요코하마)가 그 앞에 좌우로 벌려섰다. 아키타와 오무라는 상대 스트라이커를 불독처럼 물고 늘어졌으며 이들이 뚫릴 경우 이하라가 GK에 앞서 마지막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트루시에는 마츠다(24ㆍ요코하마) 모리오카(26ㆍ시미즈) 나카타(22ㆍ가시마) 등 3명의 수비수를 횡으로 나란히 세워 지역방어 중심의 수비를 펼친다. 스리백의 유행이 바뀐 것이다.
그래선지 구성원도 싹 바뀌었다. 한국의 경우 홍명보 김태영 이임생 이민성 등 프랑스월드컵에서 뛰었던 수비수들이 여전히 대표팀에 들락거리고 있지만 일본은 당시의 얼굴을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이하라나 오무라 아키타는 물론 좌우 윙백 소마(30)와 나라하시(30ㆍ이상 가시마)도 오래전에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고, 사이토(28ㆍ시미즈)나 나카니시(28ㆍ이치하라) 역시 적어도 대표팀에선 퇴물로 취급받고 있다.
물론 변화가 다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은 100% 물갈이로 200%의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6월 컨페드컵 때 결승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딱 1골밖에 허용하지 않은 점이나 지난 7일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1대1)서 선방한 것만 봐도 이같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일본대표팀 수비라인은 떠다니는 유행에다 나를 끼워맞추기 보다 그 유행을 내 몸에 맞게 적당히 요리함으로써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셈이다.
〈 스포츠조선 최재성 기자 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