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은 1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다른 주자들이 선두주자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연대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현 정권에 대해 민심이 이반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 정권의 능력 부족이다. 서민 중산층이 매우 어렵고, 몇몇 정책의
실패가 더 국민을 화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
정치시스템이 격렬한 시대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게 돼 있다."
―민주당 총재와 후보 선출은 언제 어떻게 해야 하나?
"당의 비상기구가 전략을 세울 것이지만, 새 후보의 깃발을 가지고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적절한 시기에 전당대회를
열어서 총재와 후보를 동시에 선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 고문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총재와 후보가 같은 사람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부연설명했다.)"
―전당대회에서 총재만 뽑자고 하면 출마할 것인가?
"가정에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우리에겐 선택이 많지
않다. 의석도 야당보다 적고 여러 가지로 고립돼 있는 상황이다. 승리를
위한 혈로를 뚫어야만 한다. 여유가 없다. 승리를 위한 단 하나의 전략을
세워서 그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당원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을 승리로 이끄는 중심에 서기를 열망하고 있다."
―'호남후보는 왜 안되느냐', '영남후보여야 된다'는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누가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그런 얘기들은)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이 경선 막판에 연대할 가능성이
보도되고 있는데.
"제2·3·4후보가 연대해서 선두주자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상식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이 고문을 지지할
것으로 보나?
"김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다음 여권 후보는 국민 지지가
높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이 고문을 지지한다는데, 정말 정치적
제휴관계냐?
"권 전 위원도 국민 지지가 높은 사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나와의
관계는 그런 원칙 공유 외에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권
전 위원은 영원히 김 대통령의 사람이지, 나의 사람일 수 는 없는 것
아니냐."
―동교동계 출신 한화갑 고문이 '동교동계의 역사적 임무는
끝났다'고 말했는데.
"김 대통령의 인맥도 변화없이 갈 수는 없겠죠. 그런 자연의 추세를
얘기하는 것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교동계라는) 역사적
실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어떤 세력이 당의 중심이
되나?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의 시대와 다음 대통령의 시대는
5년의 차이지만 과거 수십년, 100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을 극복할 새 엘리트들이 요구될 것이다."
―야당후보는 이회창 총재로 사실상 확정됐는데, 어떤 점에서 이
총재보다 더 국가경영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시대 정치의 요체는 창조·개척·도전정신이다. 이를 위한 젊음과
비전에서 이 총재를 압도할 자신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은 당내에선 선두주자이지만, 이 총재를
앞선 적은 없었는데.
"지금까지 나는 국민들 앞에 비전과 신념 정책을 말씀드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경선과정이 본격화되면 한두 달 안에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김 대통령의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부분은 버릴 것인가?
"시장경제질서 정착, 지식기반경제 개척, 생산적복지의 내실화,
냉전체제 해체와 같은 기본정신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민들의
합의를 토대로 밀고나갈 것이다.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부담을
가중시켰던 몇몇 정책들은 과감한 수정 보완을 통해서 폐해를 씻어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을 지금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완전히 비즈니스 베이스로 가야 한다. 민간차원에서 경영이 되지 않는
조건이라면 그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이 고문은 진보와 보수, 어느 쪽인가?
"보수 대 진보의 구분은 유럽에서나 가능하고, 우리 상황엔 맞지않는다.
그러나 굳이 일반인들이 말하는 보통 생각을 기준으로 한다면 나는
중도에서 약간 우쪽이다."
◆이인제 캠프 누가 뛰나
이인제 고문은 원내외 세확보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고문측이 11일 처음으로 공개한 '이인제계' 의원명단은 강성구
강운태 고진부 곽치영 김경천 김명섭 김영배 김윤식 김효석 남궁석
문석호 박병석 박병윤 박용호 박종우 송석찬 송영길 송영진 송훈석
심규섭 안동선 원유철 유재규 윤철상 이근진 이용삼 이훈평 이희규
장성원 장정언 전용학 정범구 정장선 장태완 조재환 최영희 최용규
함승희 허운나 홍재형 등 40명이다. 경기·충청·강원 등 중부권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있고, 동교동계 의원들도 여럿 포함돼있다. 이들 중
20여명은 서울 여의도 정우빌딩에서 매월 한두 차례 화요일에 열리는
'화요회의'에 참석, 이 고문의 대선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재선인 장성원 의원이 이 고문 캠프에서 기획·총괄을
맡고 있으며 3선의 이용삼 의원이 조직을 담당하고 있다. 비서실
실무총괄은 CBS보도국장 출신인 한용상씨가 맡고 있다. 연세대 최평길
교수, 서강대 김광두 교수, 서울대 김태유 교수 등이 정책자문을 하고
있다. 이 고문측은 원외 지구당 위원장도 충청권 전원을 포함, 80여명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윤수(언론특보)씨 등 특보들도 다수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