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길병원 이수찬(40) 원장은 '편지쓰는 의사'로 불린다.
자신에게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들에게 수술 뒤 조심할 점과
운동·식이요법 등을 알려주는 편지를 쓰는 일은 그의 주요한 일과 중
하나다.
그가 환자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가을, 원장으로
부임한 직후였다. 출장 등으로 통원 치료 환자를 볼 수 없을 때 '언제
병원에 와 달라'고 편지를 쓰면서 환자로서 조심할 점을 조금씩 알려준
것이 계기가 됐다. 수술 뒤 집에서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는지
불안해하던 환자들의 반응은 뜻밖에 컸다. 환자들은 감사의 뜻을 담은
답장을 보내왔다.
'아픈 헌 다리를 버리고 새 다리를 얻은 지금,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습니다. 하루 30분 이상 산책하는 등 원장님 말씀을 명심하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글자를 모르는 할머니 대신 손녀 딸이 예쁜 글씨에 애교까지 섞어 보낸
것도 있고, 자신의 인간적인 어려움을 실어 보낸 편지도 있다.
"환자들의 신상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들 하시더군요.
저로서는 환자 관리를 위한 것이었는데. 아마도 누군가 마음 써준다는
것이 그냥 고마우셨던가 봐요."
편지를 주고받는 환자들이 계속 늘면서 지난해부터는 아예 개인 돈을
들여 편지 업무를 맡은 간호사 출신의 전담 직원을 두었다. 요즘 그가
쓰는 편지는 한 달 평균 1200여통. 수술 후 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할
환자 50여명에게는 자신이 직접 편지를 쓰고 나머지는 환자별로 꼭
넣어야 할 내용을 직원에게 알려준 뒤 대신 쓰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한 할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할멈이 죽었으니 편지 더
보내지 말아라. 몇 달 동안 그냥 받았는데 할멈 생각이 나서
안되겠다」고 하시더군요. 보낸 편지가 되돌아올 땐 가슴이 아프죠."
( 인천=최재용기자 jycho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