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8일 10·25 재·보선 패배 이후의 민주당 내분 사태와 관련, 경제와 남북관계 등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 선언은 대선후보 경선을 둘러싼 민주당 내 권력투쟁과 함께 여야관계, 정부 대 정치권 관계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주당 당무회의에 친서를 보내 이같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사퇴서를 제출한 12명의 최고위원 중 총재의 권한을 대행할 한광옥 대표를 제외한 11명의 최고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 대통령은 이들 11명의 최고위원을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이와 함께 당직자들의 사표도 전원 수리하고, 내년 초에 있을 전당대회를 포함한 정치일정과 중요 당무를 처리할 비상기구를 과도체제로 구성토록 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민주당 쇄신파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당 쇄신파들은 이와 관련, “더이상 인적쇄신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는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전 최고위원은 9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했으나, 정계은퇴를 거부하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친서를 통해 “10월 25일 3개 지구 보궐선거에 대한 패배와 그 후 당내의 불안정한 사태에 대해서 국민에게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하며, 심사숙고 끝에 당 총재직을 사퇴하고자 결심했다”면서, 앞으로 행정부 수반으로서 테러사태, 경제악화, 내년에 있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국정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무회의는 격론 끝에 김 대통령에게 사퇴철회를 건의키로 하고, 한 대표가 이날 오후 김 대통령을 찾아가 이 뜻을 전했으나 김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정치인 장관들을 내각에서 빼고 전면 개각을 단행, ‘선거관리 내각’을 발족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 대표를 총재권한대행으로 하는 과도체제로 운영되게 됐으며, 한 대표는 금명간 당4역을 새로 임명하고, ‘전당대회준비를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해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의 총재와 차기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민주당은 당분간 힘의 진공상태 속에서 차기 대선후보와 총재 선출을 둘러싼 격렬한 진통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