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거리는 평소에도 주말이면 수만명의 사람들이 몰린다.부산국제영화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지난 4일,영화제 깃발이 나부끼는 거리에 2030들이 가득하다./부산= <br><a href=mailto:yw-kim@chosun.com>/김용우기자 <

2001년, 영화 빼면 부산은 없다. 광복동·남포동·서면의 '2030거리'는
온통 영화판이다. 상가·백화점이 밀집한 거리엔 CGV, 메가박스 같은
복합상영관이 들어서고, 패스트푸드점과 휴대폰 매장, 카드발급 신청소,
노점상이 곁에서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거리 곳곳엔 영화 촬영이 심심찮고, '촬영지 순례' 2030들도 줄을
잇는다. 광복동 이성일(33·카드조회기판매)씨는 "서울의
명동·종로·동대문·이태원을 합쳐 놓은 모습이 남포동과
광복동"이라고 말했다. 국제시장 '보따리장사'를 통해 직수입된 일본
패션이나, 수영구 광안리 '오더샵 거리'에서 명품 브랜드풍(풍)의
맞춤정장을 차려입은 2030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지난 1일.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개막일(9일)이 코앞에 닥치자 'PIFF광장' 부근은 외지에서 온 2030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부산 입맛은 원래 묵은 맛이 일품이다. 맛집들도
수십년 전통은 명함도 못 낸다. 그러나 오랜 세월 부산의 입맛을
장악하던 횟집 대신, 최근엔 2030에 맞춘 퓨전 음식점과 인도·멕시코
음식점 등 신종 업소들이 들어서고 있다. 1~2년 전엔 없던 베니건스,
아웃백 등 패밀리레스토랑과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막' 생겨나고 있다.
서울서 온 김태선(여·29)씨는 "영화제 때마다 오다 보니 이 거리가
너무 친숙해졌다"고 했고, 서면의 퓨전음식점 '2030사람들'에서
진병기(32·자영업)씨는 "서울을 답습한다는 느낌도 들지만 활기 띠는
거리를 보며 지루했던 불황이 가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영화 '로케'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이날 오전
광복동에서 승용차로 10분쯤 걸리는 동구 부산진역 앞에선 영화
'아프리카'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현장 섭외를 돕는
'부산영상위원회' 로케이션팀 이경섭(여·34)씨는 "현재 4편의
장편영화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부산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은 영화찍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요 촬영지를 돌아보는 것은
부산을 찾는 2030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피서철이나 영화제가 열릴
때면 동광동 인근 '40계단'(인정사정 볼 것 없다), 범일동 '삼일극장
앞'(친구)을 물어물어 찾아오는 2030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인천에서
온 신봉수(25)씨는 "부산의 왠만한 촬영지는 다 가봤다"며 "이런
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중앙동 부산데파트 4층 PIFF 사무국. 각종
영화포스터와 프로그램이 빽빽하게 벽에 붙어 있는 20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70여 명의 젊은이들이 전화를 받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영화제를 앞두고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이다. 1년 중 절반을 부산에서 보내는 서울 출신
안수정(여·33·홍보팀장)씨는 "남편이 있는 서울보다 부산을 더
좋다"고 말한다. 매년 영화제 기간 부산을 찾는 사람의 숫자는 20만 명
선이다. 영화제 사무국은 "작년 부산영화제 유료관객 17만명 중 90%
이상이 20대~30대였다"고 밝혔다. 중앙동에 사무실이 있는
이동훈(28·한글그라피스)씨는 "영화제를 맞아 다시 북적거릴 남포동
거리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영화를 좇아 '서울로 서울로'만 향하던 젊은이들도 돌아오고 있다.
'라이트하우스' 등 지역에 기반을 둔 영화사들이 문을 열었고,
영화장비 대여업체가 생겨나는 등 영화산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엑스트라 전문 '펩스'사는 20~30대 위주의 연기자 2500명을 확보하고
있다. '㈜미디어와 사람들' 이상석(32) 대표는 "예전 같으면 부산을
떠났을 젊은이들이 남아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