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전만 해도 내 삶은 비극이었다. 입단한지 8년째를 맞는데도 이뤄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때문에 올시즌은 소속팀인 LG나 나 자신 모두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성적을 낼 수 있었고, 태극마크까지 달게 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것이 하나 둘 이뤄져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국제대회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등학교(충암고) 2학년때 대표팀에 뽑힐 기회가 있었지만 '문제'(구체적으로 밝히긴 곤란하다)가 있어 나가지 못했다. 지난 10월 고베대회때 난생 처음으로 일본 등 외국선수들과 상대해 봤는데 그렇게 잘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도 자신있다.

지난 2일엔 아내(김민희)와 함께 웨딩 사진을 찍었다. 함께 살아온지 5년이 지나도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당초 계획했던 결혼날짜(11월 11일)마저도 월드컵 기간과 겹쳐 한달 뒤인 12월 16일로 밀렸다. 지난번 MVP 시상식때 아쉽게 떨어져 아내가 많이 섭섭해 했는데 월드컵에선 잘 던져 멋진 선물을 해줄 참이다. 아내는 "시즌이 끝났는 데 쉬지도 못하고 무리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이지만 체력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다. 프로에서 단 1이닝도 던지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그저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10개월 된 아들 효수는 물론이고, 세살난 쌍둥이 딸 하늘이와 샛별이도 '국가대표 아빠'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지금은 그냥 야구하러 가는 걸로만 알고 있지만 언젠가는 아빠도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생각만해도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