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투수 김진우는 모든 것이 낯설다. 기아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아직은 광주진흥고 3년생. 어딜가든지 어색하고, '6일 훈련 하루 휴식'의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 일정이 그렇게 고될 수가 없다.
기아 선수들은 야간훈련이 없어지면서 저녁식사가 끝나면 곧바로 비디오 분석에 들어간다.
비디오 분석이 끝나면 저녁 8시30분. 선수들은 공식적인 하루 일과를 접고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김진우는 이때부터 바로 '방콕' 신세가 된다. 창문을 열면 바다냄새가 곧장 코를 후벼오지만 애써 고개를 돌린다.
훈련이 고된 탓도 있지만 이유는 하나다. 훈련캠프에서 김진우는 맨 막내. 선후배간의 위계가 칼같은 팀 분위기상 '나홀로 외출'은 생각할 수도 없다.
선배들 몇몇이 슬며시 숙소문을 나설 때 김진우는 방장인 선배 이병석과 함께 숙소를 굳건히 지킨다.
결국 김진우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책속에 빠져들게 됐다.
마무리훈련을 떠나기 전 동갑나기 여자친구가 챙겨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와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두 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2~3시간 책속을 헤매다 눈이 침침해지고, 따분해질 때 쯤 되면 또다른 도피처를 찾아 나선다. 온종일 땀으로 유니폼을 적셨으면 지겨울 법도 한데 시뮬레이션 야구 게임기을 집어든다.
이리저리 온몸을 비틀어가며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다음날이 된다.
결국 김진우는 야구로 하루를 시작해, 야구로 하루의 문을 닫는 셈이 됐다.
〈 스포츠조선 민창기 기자 huelv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