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2. 월드시리즈 사상 두 번째 큰 스코어 차이였다. 뉴욕에서의 사흘
밤 양키스타디움의 신비스러운 혼령(mystique & aura)에 홀렸던
애리조나의 방울뱀들은 양키들을 사막으로 불러들여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뉴욕 양키스를 대파하고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4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뱅크원 볼 파크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D백스는 무려 22개의 안타를 폭발시키며
뉴욕 양키스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22안타는 월드시리즈 사상 한 게임 팀
최다안타 신기록(종전 20개)이며 D백스는 이날 선발타자 전원안타, 전원
타점의 진기록을 수립했다. 김병현은 등판하지 않았다. 3승3패를 기록한
양팀은 5일 오전 9시45분 같은 장소에서 최종 7차전을 벌인다. 선발은
커트 실링(D백스)과 로저 클레멘스(양키스).
승부는 초반에 결정됐다. D백스는 1회말 1번 타자 워맥의 2루타와 2번
바티스타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2회엔 워맥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보탰고, 3회엔 12명의 타자가 나와 9안타로 8점을 추가하며
일찌감치 승패를 결정지었다. 이후 양팀 벤치는 주전들을 빼는 등
7차전에 대비했다. D백스 선발 랜디 존슨은 7회까지 6안타 2실점으로
역투, 월드시리즈에서 2승째를 거뒀다.
◆ 김병현은 또 나올까
밥 브렌리 D백스 감독은 이날도 "그는 우리 팀 마무리 투수"라며
김병현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브렌리 감독은 "비록 실망스러운
홈런 두 방을 허용했지만 그 홈런 외엔 뛰어난 피칭을 했다. 따라서 그가
마무리 투수"라고 말했다. 팀 동료 루이스 곤잘레스도 "우리는
김병현을 믿는다. 그가 마지막 이닝을 마무리하기를 원한다"며 동료애를
과시했다. 지역 팬들도 김병현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피닉스 지역 최대
신문인 애리조나 리퍼블릭이 "마무리 투수로 누구를 내세워야
하느냐"는 주제로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 김병현은 44%의 지지를 얻어
바티스타(18.9%), 앤더슨(18.5%) 등 다른 투수들을 월등히 앞섰다. 또
6차전 후반부에는 왼쪽 불펜 위의 관중들이 "김병현 나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병현은 4일 머리를 짧게 깎고 운동장에 나왔으며
AP통신은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5차전 이후 김병현을 동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뉴욕 타임스와 ESPN은 김병현의 프로필을 다시 한번 소개하며 "김은
야구가 얼마나 잔인한지 배우고 있다"고 썼다. AP통신과 뉴욕 포스트는
조선일보 등 한국 언론을 인용하면서 "그의 조국이 슬픔에 빠졌다"고
한국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