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람이 좋다
장성숙 에세이집·나무생각
사람 사는 세상은 '만남'과 '관계'가 전부다. 할퀴고 상처 받고
외접에서 내연까지 온통 사람과 사람 '사이'가 우리의 전 존재를
규정한다. 저자(48)는 가톨릭대 심리학과 상담 전공 교수로서 지난 20년
동안 집단상담과 개인상담을 통해 현장에서 건져올린 "사람 경험"을
43편의 작은 글모음 속에 응축시켜 놓았다. 이것은 때로 질문의 형태로,
때로 선택의 고민으로 우리 일상사에 바싹 다가와 있다.
80 노모를 모셔오던 맏며느리가 어느날 '나도 고생했으니 이제 형제들이
번갈아 가며 어머니를 모시자'고 제안한다면, 장남의 입장인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줏대 있는 남자'). 맞벌이를 하는 주부에게 평소
아이와 살림을 도맡아 주시는 시어머님께서 절의 종에 손주들을 위해
이름 새길 돈으로 이백만 원을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기준의
습득 과정').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폐
끼치기가 싫어 가능한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은 어떤 심사인가('사람
냄새')….
저자의 목소리는 시종 잔잔하다. 전공서적 인용도 없고 현학도 없다.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나는 사람들의 고백록 속에 인생이 걸어가야 할 길이
묻혀 있다는 믿음이다. 삶의 지혜는 대중미디어의 프로페셔널들이
내지르는 악다구니 속에 담겨 있는 게 아니다. 만추, 서로 다독거려야 할
사람들에게 이 책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