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개막한 세계태권도선수권(총재 김운용)은
전세계 태권도인들의 축제였다. 91개국에서 참가한 655명의 선수들은
승리보다 승부를 즐겼다. 지난 4월 국내 대표선발전을 파행으로 몰고간
판정 시비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판으로 참가한 파나마
태권도협회장 바라간(46·7단)씨는 "파나마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태권도는 예를 중시하는
스포츠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판위원장인 박현섭(57)씨는 "이번
대회에 나온 국제심판 50명(한국 6명) 중엔 교수, 의사, 변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며 "파나마 협회장 바라간씨의 직업은 외과
의사"라고 귀띔했다.

외국 팀을 이끌고 제주도에 온 해외 사범들의 감격도 남달랐다. 20년 전
스페인으로 건너간 김영기(47) 사범은 "후안 카를로스 국왕을 비롯해
50만명 이상이 수련 중인 태권도의 위상을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올해부터 태권도는 스페인 체육대학 정식과목이 됐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경찰을 지도하는 이수광(60) 사범은 "폴란드 경찰들이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도복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뭉클해진다"고 했다. 능숙한 젓가락 솜씨로 비빔밥을 먹던 헤비급의
헤이노(24·핀란드)는 "첫날부터 많은 외국 친구들을 사귀었다"며
"금메달보다 태권도 친구가 더 소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