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시험철이 시작되거나 새학기가 되면 학교를 찾는 학부형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아버지를 찾기는 어렵고 대부분 어머니들이다. 북한의
'치맛바람'인 것이다.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에는 각각 소년단과 사로청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의 약자. 현재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으로
이름이 바뀜)이 조직돼 있고, 여기에는 위원장 부위원장 학급반장
위원 등의 직책이 있다. 학교졸업후 사회에서 간부로 승진하자면 학교
때의 간부 경험이 중요하다. 이때문에 학교에서 간부를 맡는 것은
학업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학교를 대표하는 단위원장이나 학급을 대표하는 분단위원장이 될려면
부모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연례행사인
혁명역사연구실 꾸리기에 각종 기자재를 헌납해야 하고 간부 선임권을
갖고 있는 담임선생과 조직지도원 등에게는 정기적으로 술과 담배 등을
바쳐야 한다. 담임선생의 관혼상제를 도맡아 해주는 학부형까지 생겨날
정도다. 학급의 위원 자리에도 치맛바람이 들어가야 한다. 당이나
기업소의 간부로 집안 형편이 괜찮은데도 자녀가 학교에서 간부를 맡지
못하면 자식에 대한 관심이 없는 부모로 간주될 정도다.
부모들이 쏟은 정성에 따라 학생을 대하는 교원(교사)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학교 교원에게 잘 보여야 관심을 끌 수 있고, 그래야
자녀의 학업성적도 올라가고 상급학교 진학시 교원이 쓰는 추천서도 잘
받을 수 있다.
1984년 평양에 처음 생긴 후 지금은 각 시군 단위까지 설립돼 있는
'제1고등중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한 치맛바람은 대단하다. 각
지역의 최우수 학생들이 입학하는 이 학교에 들어가면 명문대 진학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당 기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치러
성적에따라 입학하게 돼 있지만 학부모의 입김으로 입학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대도시마다 있는 외국어학원(고등중학교 과정)도 치맛바람을 거세게
일으키는 곳이다. 특히 평양외국어학원과 평양외국어대학은 해외유학
가능성과 최고 직장이 보장되기 때문에 입학철이 오면 학부모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평상시에 학교에 쏟아 부은 부모들의 정성은 대학진학시기에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대학진학에는 성적 못지 않게 학교의 추천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낼려는 북한의 '고 3'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정성은 남한 못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