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161)=천하의 조훈현도 96, 7년 무렵 한 차례 '망가진'
적이 있었다. 그 많던 타이틀을 제자 이창호에게 모두 잃고
무관으로 전락했던 것. 하지만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몇
개의 성을 되찾으면서 갈수록 국제 무대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승부에 대한 일종의 '달관'을 이룬 것이다.
"1인자가 혹 못 되더라도 내 몫은 할 수 있다"는 정신은 절정기를 지난
승부사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준다. 반대로 1인자를 지냈다는 자존심에만
머물면 재기는 불가능하다. 조훈현의 예는 3살 아래의
조치훈에게도 교훈이 될 것 같다.
150과 152가 맥점. 153으로 '가'면 백 '나'로 넘는다. 154 때 흑
'가'로 우하귀를 잡으러 오면 참고도 백 6 이후 A와 B를 맞본다.
154까지 양 쪽 모두 완생. 순간 조훈현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잡히는 듯
하더니 바람같은 손 길로 155에 슬라이딩한다. 몇 수 더 두어보던
조치훈, 161에서 마침내 돌을 거두었다.
20여분 간 복기가 계속됐다. 중앙의 패와 관련한 흥정이 주된 내용.
승자와 패자가 웃음띤 얼굴로 의연하게 복기를 나누는 모습은 아름답다.
복기가 끝나자 조치훈은 방을 벗어나지 않은 채 다른 판들을 둘러 본다.
졌을 때 바로 퇴장않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