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쫓겨 이렇다 할 취미도, 노년에 대한 설계와 준비 없이
퇴직을 맞은 사람에겐 은퇴 후의 인생이 괴롭기만 하다. 일본에선 이처럼
실패한 남성 노인들을 '젖은 낙엽족'이라고 부른다.
도쿄대학 여교수가 명명했다는 이 '젖은 낙엽족'은 자립하지
못하고 부인에게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는 노인들을 가리킨다. 마치 젖은
낙엽이 빗자루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듯 부인을 24시간 졸졸 따라다니며
한사코 붙어있는 다는 뜻이다. 혼자서는 생활도 못하고, 취미도 없는
탓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기업체 출신(회사인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침
일찍 출근해 매일 밤 회식하고, 휴일엔 안방에서 뒹구는 생활을 수십
년간 해온 사람들이다. 자기개발을 소홀히 해온 이들은 은퇴해서야
비로소 회사업무가 노년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일본에서는 자신이 '젖은 낙엽족'에 얼마나 가까이 가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자가진단법까지 등장했다. 일본 보육서비스 회사인 ㈜선마크가
개발한 이 체크리스트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항목이 10개 이하면 장래에
'젖은 낙엽족'이 될 가능성이 크다. 11~16개이면 젖은 낙엽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한 '요주의형'이고, 17개 이상이면 완전히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동경=박정훈특파원 jh-park@chosun.com)
◇‘젖은 낙엽족’ 체크 리스트
1. 깨우지 않아도 혼자서 일어난다
2. 스스로 이불을 펴고 갠다
3. 청소기 사용법을 안다
4. 세탁기를 쓸 줄 안다
5. 빨래를 널고 갤 수 있다
6. 밥을 지을 줄 안다
7. 라면·계란 프라이 말고도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
8. 설겆이를 할 수 있다
9. 단추를 달 줄 안다
10. 구두를 닦을 수 있다
11. 목욕물을 맞출 수 있다
12. 쓰레기 분리수거일을 기억한다
13. 속옷·양말·양복이 어디 있는 지 안다
14. 집의 중요 서류가 있는 장소를 안다
15. 화장지를 값싸게 파는 곳을 알고 있다
16. 혼자 장보기가 가능하다
17. 혼자 집에서 즐길 수 있다(TV 시청 제외)
18. 동네 세탁소가 어디 있는 지 안다
19. 가끔 화분에 물을 준다
20. 쌀·야채의 가격을 알고 있다
※ 이 중 '○'가 10개 이하면 장래 '젖은 낙엽족'이
될 것이 분명함. 17개 이상이면 '완전 자립형'이고, 11~16개 이면
앞으로 젖은 낙엽족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요주의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