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회사로 갈 때 찻길이 6개나 되는데, 손을 들고 건넜는데도 차가
막 달려왔어요. 찻길에 신호등이 없어서 엄마 회사에 한번 가려고 해도
너무 힘들어요."(이정숙·여·9·서울 금부초등3년)
"학교 앞에 버스종점이랑 시멘트 공장이 있어서 등교할 때 큰 차가 너무
많이 왔다갔다해요. 어떤 친구는 트럭 뒷부분에 부딪쳐서
다쳤어요."(이준호·9·서울 녹천초등3년)
30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교 류관순 기념관. '어린이
안전지킴이 발족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무서운 도로'에 대한
경험담을 쏟아놓았다. 이날 행사는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분위기에
어린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초등학생 1000명을
'안전지킴이'로 뽑아 위촉장을 주고 교통안전 수칙을 되새긴 행사.
어린이 혼자서는 도저히 안심하고 다닐 수 없는 '위험천만한 도로'에서
어린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피아노학원 근처에서 차와 오토바이가 부딪쳤는데, 다음날 또 어떤
형이 오토바이 앞바퀴를 번쩍 들더니 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았어요. 사고가 나면 그 형 엄마가슴이 아플거예요."
홍진우(9·서울 용곡초등 3년)군은 "엄마가 효도의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나는 커서 오토바이를 함부로 몰지
않아서 효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는 어린이 대부분이 꺼낸 주제다. 박선영(11·서울 화계초등
6년)양은 "영어학원에 가는데 오토바이 3대가 전력질주를 하며 내 앞을
쑥 지나가서 너무 무서웠다"며 "폭주족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 너무 빨리 달리는 차에 대한 얘기도 한결같았다.
김유림(9·서울 영희초등3년)양은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와도 어떤
차는 그냥 쌩 지나가서 무섭다"고 말했다. 김종완(9·서울
대조초등3년)군은 "어른들은 빨간 불에도 길을 건너는데, 그런 것은
배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념관 앞에서는 장난감차와 신호등을 가지고 길 건너는 연습을 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파란 불이 켜지자 일제히 왼손을 번쩍 들고 왼쪽을
쳐다보며 건너다 중앙선을 넘으면서 오른손으로 바꿔 들었다. 다른
어린이들은 도로 그림판 위에 자석 인형을 붙이며 길 건너는 연습을 하고
'나의 보행안전습관은 몇 점?'이라는 퀴즈를 풀기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각 초등학교에 나눠주고 걷은 '교통안전일기장'
전시도 열렸다. 역시 어른의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빨간
신호등에 길을 건너는 아줌마, 손을 들고 가도 쌩쌩 달려오는 차, 인도에
버젓이 주차한 차량이 아이들의 그림과 글 속에 등장했다.
'횡단보도'로 4행시를 짓는 페이지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있었다. ' ▲횡
단보도를 건너다 ▲단 배(담배)꽁초를 횡단보도에 버렸다. ▲보기 좋지
않았다. ▲도로도 아주 지저분해졌다.' '▲횡 하고 지나가는
트럭아저씨와 ▲단숨에 달려가는 옆집 아줌마가 ▲보이는 ▲도로는 매우
위험해요.'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안전생활교육회 윤선화(32) 연구부장은
"아이들의 참여를 통해 어른들도 안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