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5 재 ·보선의 완패 속에서 여권은 '민심의 겸허한
수렴 '과 '국정쇄신 '을 한목소리로 다짐하고 나섰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이며 '사생결단하는 자세 '로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런데 막상
집권측이 보여주고 있는 어제 오늘의 행태는 한마디로 갈팡질팡의
혼미와 혼란이다.
집권당 대변인이 대통령과 당대표의 회동결과를 받들어
'정기국회 뒤 획기적 국정쇄신 '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기 등 정치일정 논의 착수 '를 발표하자,
청와대 대변인이 바로 다음날 "당에서 의견을 수렴하라고 했을 뿐,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고 부인하고 나섰다.
정말 괴이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집권당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 사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길래 불과 하루 만에
대통령의 얘기가 정반대로 해석되는 변괴가 벌어진다는 것인가?
이러한 혼미에 대해 집권측의 누구 하나 책임있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면 문제다.
오는 11월 3일의 청와대 최고위원 회동을 놓고서도 집권당 사무총장은
처음 '최고위원회의 '로 말했다가 다시 '최고위원 간담회 '로
수정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는 이야기다. 위 아래로 치이고 받혀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오늘의 집권당의 모습은 한마디로
현대정당의 그것이 아니다.
여권 안팎의 이러한 난맥상은 10 ·25 참패의 충격이 너무나 컸기에
생기는 일만은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오늘날 집권당의 형편은
김대중 총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나머지는 오로지
눈치로 살고 하명(下命)만을 기다리는 '개인회사 '와 다를 것이
없어보인다. 둘째, 입으로는 민심의 수렴과 당 ·정 ·청와대의
일대 개혁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대권후보 조기 가시화 '라는
국면전환술에 더 매달리는 듯한 집권실세들의 태도에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술수(術數)의 냄새를 맡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재 ·보선이 드러낸 심각한 민심이반의 근본원인과 배경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 사람은 여권내에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봉돼오기만 한 '당정 인사개혁 '으로부터 난국을 푸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 전면에 띄우려하는 건 대권후보 조기 가시화
운운이다. 이를 둘러싼 집권측 대권후 보군의 세(勢)싸움 양상의
전개 속에서 민심수렴과 당정쇄신은 그동안 여러번 그랬던 것처럼
또 물건너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