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등불이 되고 싶어 등대에서 결혼했어요.”

지난 2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대보면 '장기곶 등대'에서는 이색 야외
결혼식이 열렸다. 주례가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를 배경으로 서 있는
가운데 웨딩마치가 울리면서 신랑·신부가 입장했다. 바닷 바람에 갑자기
웨딩드레스가 날리자 당황한 신부는 치마를 잡으려고 애썼고, 참석한
하객 400여명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신부는 결국 벽돌로 치마를
고정시킨 후에야 주례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입가에는 즐거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장기곶 등대는 1908년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의 등대. 지난 95년부터
야외 결혼식 장소로 개방됐지만 실제 결혼식이 열린 것은 95년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변덕스런 날씨와 거센 바닷 바람으로 결혼식을 신청한
예비부부가 거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이번에 결혼한 고두병(32)씨와 김꽃진(24)씨는 '등대 결혼'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탁 트인 바다와 흰 등대가 어울린 경치가
좋았고 부대 시설도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것.
연단·의자·앰프·주차장은 등대 관리소에서 무료로 지원받았고,
결혼식장의 장식과 진행은 외부 이벤트 업체에 맡겼다. 하객들은 넓은
잔디밭과 등대 박물관을 둘러보고 등대 내부의 식당에서 출장식 뷔페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신랑·신부는 첫날밤도 등대에서 보냈다. 침대와 샤워시설이 갖춰진 등대
안 숙소에서 하룻밤 지내고 다음날 신혼 여행지인 제주도로 떠났다.

등대를 관리하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등대를 홍보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결혼식 장소로 무료 개방하고 있다"면서 "사용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10일전까지 (☎054-245-1551) 신청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