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무덤
길 가에 외로운 무덤이 하나
자손들 지금은 어디에 있나.
路傍一古塚 子孫今何處
-김상헌(金尙憲), 〈노방총(路傍塚)〉 1.2구
길가의 무덤. 봉분은 허물어져 잡초에 덮였다. 무덤 앞에 돌
사람을 세울 땐 집안의 영화가 한없을 줄 알았겠지. 자손들은
그새 영락하여 제 조상의 묘마저 돌볼 여력이 없고, 길 가던
나그네가 공연히 민망한 탄식을 흘린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살아서의 부귀가 죽은 뒤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삶이다. 황량한
무덤 앞에 서서 나는 덧없는 욕망의 뒤끝을 본다.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