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정치가 실종한 지 오래다.
이 나라와 이 사회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다는 것인지 이제는
굳이 말해보려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경제는 추락하는데 자고
나면 터져나오는 것은 무슨 게이트니, 의혹사건이니 하는 것들이고,
정치권은 '모두가 네 탓 '타령 속에서 했다 하면 고소 고발이요
욕설이며 멱살잡이일 뿐이다. 이러한 혼돈과 갈등, 타락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국정 주도세력은 창조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집권측 임기는
아직 1년 하고도 몇 달이 남아있다. 그런데도 국정운영의
기능부전은 이미 겉으로 드러난 지 오래다. 정권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기능부전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반개혁 ·반통일 ·
수구세력의 발목잡기 탓이라고 집권측은 여전히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남의 탓 '으로만 돌리기에는
집권측의 리더십의 위기는 지금 너무 위중하다.

지금의 여권은 집권 이후 IMF위기 극복을 큰 업적으로
자랑하면서, 지금은 이 나라가 '세계에서 알아주는
자유 ·인권 대국 '이 됐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런데 그 '국민의 정부 '하에서 실제로 논란된 것은
그게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제의 앞날은
새삼 말할 것 없다 치더라도, 국민들의 일상에 드리워온 것은
자유나 인권 같은 화려한 구호보다는 도 ·감청이니 계좌추적이니 하는
새로운 두려움들이었으며, 정치판에서는 언필칭 '큰 정치 '가
아니라 뒤통수 치기, 옆구리 찌르기에 사생결단식 증오와 음모,
분열이 판을 쳤다 해야 하지 않을까.

온갖 의혹사건 표출의 홍수 속에서 급기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 운운까지 발설되는 작금의 상황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때의 이른바 '공안정국 '의 발상을 연상하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 아들의 여름휴가 '가 '기밀 '로
취급되어 야당 도지부가 수색당하는 모습 또한 국민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집권측은 정말 지금껏 어떤 정치를 해왔는지
새삼 돌아보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검찰과 경찰 등
공안 ·사정기관 없이 집권측의 정치가 과연 가능했었는지,
국민의 정부 아래서 과연 국민통합이 있었는지 새삼 자문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고소, 고발, 재(再)고발 등 쟁송(爭訟)에나 매달리는 정치는
결코 정치가 아니다. 집권측은 그야말로 야당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국정기조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직 시간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