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공서열 파괴' 대기업 20대 팀장 스토리…
6억 프로젝트 혼자 진행 ##
추석을 앞두고 ㈜신세계 경영지원실로 협력업체에서 보낸 귤 한 상자가
도착했다. 받는 사람은 경영지원실 문준석 '과장님'. 다들 폭소를
터뜨렸다. 문씨(27)는 입사 2년 '평사원'이었다. "문준석씨, 밖에서
계급사칭하고 다녀?"라는 농담도 나왔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그는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E마트 홈페이지-
사이버쇼핑몰을 한데 통합, '신세계닷컴'을 출범시킨 주인공이다.
기획부터 구성·편집·운영까지, 신세계그룹 'e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1인 팀장'. 밖에서 '부장님'이라고 보지 않은 게 이상할
일이다.
2030은 이제 연공서열 파괴의 한 가운데 서있다. 수십 년간 수직 구조와
도제 시스템을 지켜온 한국의 전통적 기업문화를 2030들이 깨뜨리고 있다.
20대 이사와 30대 사장이 휘젓는 테헤란밸리의 '실력 우선주의'는
대기업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씨가 '신세계닷컴' 회의를 소집하면 부장부터 말단까지 36명이
모인다. 같은 부서 박찬영(38)부장도 문씨가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일원'일 뿐이다. 회의의 최종 결정도 문씨가 내리고, 결과는 직접
상무에게 보고한다. "한 단계 거치면 의사전달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아직 학생이거나 평범한 말단이죠. 저더러 '빨리
자리잡았다'고들 말하는데, 부담스럽습니다."
인터넷 관련 방산업체에서 3년간 근무한 문씨는 99년 9월 신세계에
입사했다. 홈페이지 운영자에 불과했던 그가 '신세계닷컴' 기획안을
완성한 것은 입사 1년 3개월만인 작년 12월. 직속 부장을 설득하는데
2개월 넘게 걸렸고, 올 2월 상무실에 갔을 때는 "널 어떻게 믿고 수억
원짜리 결재를 해주느냐"는 말을 들었다.
어렵사리 출범시킨 '신세계닷컴'의 반응은 폭발적. 올 상반기 사내
설문조사에서는 '상반기 신세계뉴스' 2위에 올랐다. 매출실적에
직결되니 사내 압력도 있다. 회유도 있고 협박도 있다. 직급과 나이에
밀려 괴로워할 때면 직속 부장이 "흔들리지 말라"고 격려해준다.
SK텔레콤 무선인터넷 상품기획팀 이범식(27)씨는 최근
'무선인터넷컨텐츠 공모전' 행사를 혼자 기획하고 치러냈다. 상금만
1억5000만원에 전국 5개 도시 이벤트, 대학 세미나 4회를 포함하는 총
6억 원짜리 프로젝트다. 행사에 필요한 협력업체 선정부터 협의, 예산
편성권까지 그가 모두 가졌다. "무선인터넷 DB 구축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정보통신부 담당 사무관을 설득, 정부 후원도 따냈다.
작년 11월 입사한 이씨는 팀 내 최연소·최말단 직원. 그러나 공모전
행사를 마무리짓고 있는 요즘엔 가입자 수가 500만 명에 이르는
무선인터넷 메뉴개편 업무를 역시 혼자 진행중이다.
"제가 맡은 일은 사회 경력이나 나이보다 '무선인터넷 경력'이 더
중요하죠. 회사에서 저를 믿어주고 맡기니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혼자
하게 됐습니다."
그가 만나는 협력업체 사람들은 모두 이사급 이상. 그러나 '직급'을
따지지 않고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일 처리가 어렵지 않다. 99년 9월
한 인터넷 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아무 설명없이 '이거
해라'고 시키는 건 못 참는다"고 했다. 이전 직장에서 그런 이유로
얼굴 붉힌 적도 있다. "좀 더 큰 회사에서 제대로 일 배워보고 싶어서"
SK텔레콤으로 왔지만, 그는 "이곳이 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점점 없어지잖아요. 내
능력을 믿고 일을 맡겨주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