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생각


지는 볕 스러지고 큰 강물 넘실대니
천고의 흥망이 한 피리에 빗겼구나.

斜陽斂盡大江平 千古興亡一笛橫

-김진(金搢), 〈백제회고(百濟懷古)〉

석양빛이 스러지자, 강물은 큰 소리를 내며 운다. 천년 전 일을 울어
무삼하리. 백마강 위에서 부소산 옛 궁터를 바라본다. 목동의 풀피리
소리만 구성지게 들린다. 한 때의 부귀와 권세를 믿고 제멋대로 나대는
자들아! 저 피리 소리를 들어라. 세상 만사 지나고 나면 다 부질 없다.
덧없는 세상에서 덧없는 일을 놓고 덧없는 인간들이 덧없이 싸우다
덧없이 스러지는 것이 덧없는 우리네의 한 생애가 아닐 것인가.

(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