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탄저균 공격의
징후가 포착되면서 미국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탄저균뿐만 아니라
천연두·콜레라·흑사병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세균들이 테러의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세균들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무차별로 사용될 경우, 그
피해규모란 실로 상상하기 힘들며, 세계 최첨단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초강대국 미국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생화학무기에 의한 2차
테러의 가능성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자들의 핵무기로 불리는
생화학무기는 과학이 우리 인류에게 제공한 가장 비도덕적인 무기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국제사회는 1993년 화학무기금지조약을 발효시켜, 모든
화학무기를 10년 내에 폐기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군축사상 가장 획기적인
개가를 올렸다. 문제는 이러한 신사협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국가들을
단속할 길이 없다는 점이며, 점차 테러단체나 사교집단들까지
생화학무기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쿠르드족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유엔은 이라크의 반인륜적인 무기생산시설을 철저히 조사하고자 했지만,
이라크의 조직적인 저항 때문에 효율적인 사찰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1995년 도쿄의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사건을 일으킨 옴
진리교도들은 조사과정에서 에볼라균을 구하기 위해 앙골라에 사람을
파견했었다고 진술해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오늘날 이러한 가상의 위협이 실제상황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모든 산업국가들의 시민들은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모방범죄나 테러행위들이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체계의 개발이 시급하지만 공포의 확산과
그로 인한 불신이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무고한 민간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생화학무기의 사용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화학무기금지조약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약 5000t의 화학무기를 실전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생화학무기에 의한 위협을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전 이후 이미 한 달여가 지났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발견할 수 없어 매우 안타깝다. 지난 5차 장관급
회담시 북한에 대한 반테러선언을 제안했지만 이는 진정한 대안일 수
없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북한과 핵합의에 대한 이행문제와 미사일문제를
주로 다루어왔지만 향후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 간의 접촉에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생화학 위협에 관한 문제를 북한이 성실하고 투명하게
다루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이는 북한의 진의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방호대책은 얼마나 충분한지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방독면을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의 실정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 걸프전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는
세계적인 탄저백신의 부족현상을 우리 군과 민간인들은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는지, 지하철이나 대형건물들을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테러리스트들의 생화학무기 사용가능성은 국가차원의
대처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생활안보 차원에 입각한 국민들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며, 민·관·군이 함께 문제해결에 동참해야만 위협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숙명여자대학교, 국제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