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웃음


침묵해선 안될 데서 입을 다물고
웃지 말아야 할 곳에서 웃음을 짓네.

惑默不默處 惑笑不笑處

-박제가, 〈유탄(有歎)〉 1,2구.


침묵해야 할 곳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웃어야 할 자리에선 공연히 성을
낸다. 목청을 높여야 할 데서는 짹소리도 못한다. 후환이 두려워서다.
자리도 못 가리고 헤픈 웃음을 짓는다. 챙길 잇속이 있는 까닭이다. 원효
큰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참기 어려운 것을 능히 참고, 말할 수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다.(난인능인, 가언불언).' 아첨을 위한 인내가
아니다. 굴종을 위한 침묵이 아니다. 침묵에도 등급이 있다. 웃음에도
수준이 있다.

(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