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프랑스 식당 ' 9th 게이트(317-0366) '에서 만난
봉두완(68)씨는 소매 안감이 떨어져 실밥이 한올 삐져 나온 양복
상의를 입고 나왔다. "23년 된 옷이거든요." 봉씨는 "뭐든 하나를
고집하는 탓에 옷도 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각종 와인과 부드러운
음식 맛으로 미식가들에게 인기있는 '9th 게이트'도 그가 습관처럼
30년째 다니는 곳이다.
그의 고집스러움은 서울에 살면서도 강남에는 잘 가지 않는 데서도
나타난다. "너무 화려하더라구요. 우리 같은 사람은 살 곳이 못 된다
싶어서 가급적 약속을 하지 않지요."
황해도 수안 태생인 그가 서울에 처음 온 것은 지난 46년. 이후 공무원인
부친을 따라 전국을 전전하다 경복고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완전
정착했고, 6.25전쟁 때와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때(6년)를 빼고는 줄곧
서울에 살았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
맨션아파트에서 산지도 18년째이다.
그의 아침은 매일 걸어서 2분 거리의 이촌지구 한강 공원 에 산책을
나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잘 정돈된 산책로와 강변의 맑은 공기,
운동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호흡…. 이런 것들이 한강공원을 찾게 하는
요인들이다. 새벽녘에 집부근 한강성당 을 찾는 것도 천주교 신자인
그의 일과중 하나.
그리고는 명동 가톨릭회관의 개인 사무실과 남산의 적십자(부총재)에
들러 일을 본다. 방송 일을 쉬고 있는 요즘 매주 월,화,수요일은
출강중인 광운대로 간다. 오후에는 롯데호텔 헬스클럽(317-7306) 에서
'걷기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다. 그의 동선은 명동과 소공동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40여 년 전 반도호텔(현 롯데호텔)에 있던
총리실과 부근의 외무부 출입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그 중 조선말 고종이 천제를 지내기 위해 세웠던 원구단
은 조선호텔이 되면서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남은
팔각정(황궁우)이 좋아 식사 후 주요 산책코스가 됐다. 그래서
그는 "나는 강북 사람 임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말한다.
50대로 접어들면서 배운 17년 경력의 테니스는 각종 직함이 7개나 될
정도로 바쁜 일상에도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는 비결이다. 지금
대법원자리의 서초동 꽃마을에 있던 테니스장을 이용하다 이후 광운대
테니스장으로 바꿨다.
점심과 저녁약속은 주로 정통 평양식 냉면과 불고기로 유명한 55년
전통의 우래옥(2265-0151) 에서 한다. 30년 정도 다녔더니 특별회원
대접을 받는다. 이곳에서 3년 전부터 매달 경복고 출신 전직 장성,
관료들의 모임인 '화복회'를 열어 발길이 더 잦아졌다. 가끔 조선호텔
오킴스 바(317-0388) 에서 피로를 풀기도 하고, 텁텁한 맛을 찾아
혜화동 동성고 부근 놀부 보쌈집(3675-9994) 이나 남부고속터미널옆
놀부 유황오리집(592-5292) 을 찾기도 한다. 공연을 좋아해
세종문화회관을 자주 들르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했다. 5년 전 정원식
전총리의 권유로 마시기 시작한 포도주는 샤르도네 품종으로 르네상스
호텔 옆 세브도르 주류백화점(552-3131) 에서 주문해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