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7)=바둑은 점의 선택으로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자리를 찾아내도 착점의 순서가 틀려선 일을 그르친다. 이른 바
수순으로, 이것은 바둑이 단순한 2차원적 평면 게임이 아님을 말해
주는 징표다.

흑 73.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이 수가 문제였다. 74를 기다려 75에
붙여가자 백이 신중한 검토 끝에 76으로 버틴 것이다. 이 수순을 한 번
비틀어 보자. 73에 앞서 먼저 75였으면 백은 참고 1도 2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놓고 흑 3, 백 4 교환 후 5면 흑은 양 쪽 곤마의
'랑데뷰'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참고 2도 흑 1에 백이 2로 받는 건 어떨까. 그러나 이것은 흑 3
이하 10까지 교환 후 11, 13으로 연결해 가는 수단이 있다. 백 A의 맛은
남지만 이 상황에선 작다. 2도 수순 중 백 12로 B는 흑 12가 너무
아프다.

73으로 먼저 75였으면 양 쪽 흑을 이어주는 멋진 오작교가 놓였을텐데,
수순 착오로 지금은 여전히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애 태우는 견우와 직녀
신세다. 양 쪽 흑 대마에게 언젠가 칠석 날은 와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