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에 짜릿한 감각을 느낀 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강타자
배리 본즈(37)는 홈런을 직감한 듯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함박웃음을 웃고 배트보이인 아들 니콜라이를 번쩍
들어안은 그에게 '적지' 엔론필드에 모인 4만4000여 관중들은 열광적인
기립박수로 축하했다.

본즈가 5일(이하 한국시각)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9회 70호 홈런을
기록, 98년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세운 시즌
최다홈런기록과 3년 만에 타이를 이뤘다.

이날도 70호 홈런은 물건너간 듯했다. 이전 2차례 경기처럼 애스트로스
투수들은 홈팬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정면승부를 피했다. 앞선 4차례
타석에서 3차례나 볼넷. 8―1로 이미 승부가 가름난 6회초 고의볼넷을
얻었을 때 본즈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69홈런을 때린 뒤 이때까지 19타석에서 무려 12개의 4사구.

홈런기록 대신 뜻하지 않은 시즌 최다볼넷기록(175개)을 세웠던 본즈에겐
애스트로스가 9회초 베네수엘라 출신의 신인 윌프레도 로드리게스를
내보낸 게 기회였다. 이날이 메이저리그 두 번째 등판이었던
로드리게스는 겁없이 본즈를 상대했다. 볼카운트 1-1에서 150㎞ 직구가
들어오자 본즈는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엔론필드 우중간
관중석 상단 한 사람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본즈는 통산
564호째인 이 홈런으로 통산홈런랭킹에서 먼 친척 레지 잭슨을 제치고
홈런부문 단독 7위로 올라서는 기쁨도 누렸다.

6일부터 시작되는 LA다저스와의 홈 3연전에서 신기록에 도전하는 본즈는
"맥과이어의 기록과 어깨를 같이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영광스럽다. 이 순간을 아내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찬호는 6일 오전 11시35분 시작하는 샌프란시스코 3연전 첫 경기
선발투수로 본즈와 정면대결을 펼친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피칭을 했으면서도 15승11패, 방어율 3.29로 기대에
못미친 박찬호로선 파란만장했던 2001시즌을 마감하는 경기에서 승리로
놓칠 수 없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1승 추가는 올 자유계약선수시장에서 더 유리한 입장에서 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본즈의 신기록 여부에 대한 관심으로
ESPN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된다. 올스타로 뽑혔음에도 '전국구
스타'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박찬호로선 자신의 성가를 더욱
드높일 수 있다. 박찬호는 본즈와의 통산 맞대결에서 약했다. 안타
10개(37타수·타율 0.270)중 절반이 홈런이었다. 올해는 5차례 맞붙어
12타수 2안타(홈런1개)로 박찬호가 우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