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적막에 잠겨 있다. 공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노동자들은 묵묵히 생산라인 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지만 가슴 속 한 구석에는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채
'폭풍전야'같은 분위기다. 2개 조립라인에서 하루에 중·대형 차량
650여대가 쏟아지고 있지만 요란한 기계음 사이로 들려야할 왁자지껄한
대화와 웃음소리는 끊긴 지 오래다.
7년 째 부평공장을 지킨 조립1부 한 직원은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GM과 맺은 이번 양해각서(MOU)
역시 부평공장의 미래에 대한 '찬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워크아웃 이후 숱한 충격 속에 살아온 탓에 "허탈했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미 노조는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는 MOU는 의미가 없다"며
무한투쟁을 선포했다. 26일 산업은행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28일에는
국회 앞과 GM 서울 성수동 매장 앞에서 각각 시위를 펼치기로 했다.
노사간 반목의 조짐도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대우차 이종대 회장이 지난 24일 "부평공장 생존과 향후 거취는
노사안정 확보와 판매에 달려 있다"며 "GM이 결국 부평공장을
인수할것"이라고 자신했으나, 노조는 "이미 많이 속았다"며 강한
불신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100% 고용승계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노조는 "(부평공장) 일괄매각을 장담하고도 결국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해 8월 5년간 임의로 정리해고하는 일이 없도록 노사가
합의했는데, 이번 MOU로 모든 게 무산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평공장의 미래는 사실 불투명하다는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7월에
51억원, 8월에 7억원 등 영업이익을 낸 실적이 위안이 되고 있지만
흑자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
마티즈 등 소형 차량이야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레간자·매그너스 등 중대형 차량은 이에 비해 시장지배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기 때문이다.
불똥은 지역경제로도 튀고 있다. 부평 일대 자동차 협력업체들은
단기적으로 대우차 GM 매각에 따른 일시적 매출 증가와 영업 호전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평 공장 위탁경영에 따른 경쟁력
저하로 지금같은 매출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매출감소에 따른 경영악화(46%)와 대우차 정리채권 미회수(38%)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었고, 추석상여금 역시 응답업체의 50%만 겨우
예년 수준을 맞췄고, 나머지는 지난해 절반 수준이거나 아예 지급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