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61) 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는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무령왕릉
관재, 사찰의 건축재 등 나무 문화재 연구에 몸담아온 전문가다.
90년대초 자작나무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전해지던 팔만대장경에 대해
처음으로 과학적 분석에 착수, 나무 세포검사를 통해 산벚나무와
돌배나무란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나무와 인간, 나무와 역사의 만남을
추구해온 그가 최근 '궁궐속의 우리 나무'(눌와)를 펴냈다.

"우리나라의 숲을 대표하는 나무들이 대부분 모인 곳이 궁궐입니다.
사람들이 나무와 쉽게 가까와질 수 있도록 이름의 연유와 나무에 얽힌
역사, 전설 등을 조선왕조 실록과 고려사 등 사서와 시가집에서 찾아내
소개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덕수궁 등 5대 궁궐에서
자라는 98종의 나무들이다. 궁궐마다 상세한 '나무지도'까지 첨부, 길
모퉁이에 무슨 나무와 꽃이 자라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문 안에
나무를 많이 심으면 곤고할 '곤', 문밖에 심으면 한가할
한자가 된다고 해서 궁궐에는 원래 후원 이외에는 나무가 많지
않았어요. 해방 이후 궁궐을 복원하면서 중부지방에 흔히 자라는 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 숲을 대표하는 나무는 대부분 궁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궁궐의 우리 나무를 조사하던 그를 깜짝 놀라게 한 사실이 있다. "일제
강점기 궁궐의 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심은 일본 원산지인 나무가
많았습니다. 벚나무는 창경궁에서 거의 베어냈지만 아직
일본잎갈나무(낙엽송)가 있구요, 경복궁에는 일본 목련(후박나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궁궐에서 아름드리 나무로 웅장하게 자란
플라타너스나 예쁜 꽃을 매단 튤립나무를 건너뛴 이유는 그때문이다. 박
교수는 "덕수궁에는 서구 외래종인 마로니에가 자리잡고 있다"며
"궁궐의 분위기를 해치는 외국나무들은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