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은 미국의 부와 번영의
상징이요 문명의 첨단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것이 세상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기억의 교란이요 비단 풍경속에서 사라진
것뿐만 아니라 문화 문명에도 변화를 암시해 주고 있다. 이슬람 문명권과
기독교 문명권의 충돌이요 문명과 반문명의 충돌이라는 설도 있지만
인류가 무작정 추구해온 고층문명과 고속문명과의 충돌로도 볼 수 있다.
20세기 고층문명의 첨단이 쌍둥이 빌딩이요, 20세기 고속문명의 첨단이
제트기다. 고속 제트기가 고층 빌딩을 들이받아 증발시켰으니 시간적
첨단과 공간적 첨단의 충돌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구약성서시대에 인류는 스스로를 과신, 하늘에 닿는 보다높은 탑을
쌓아 올리려는 고공충동(高空衝動)이 있었으며 그로써 신의 노여움을 사
재앙을 받고 있다. 바로 그 바벨의 탑이 마치 세계무역센터 빌딩처럼
벼락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건물의 고층화는 좁은 도시에 밀집된
인구의 효율적인 수용공간으로서 발달해왔다기보다 부나 기술이나 국력을
과시하려는 비인간적 반자연적 상징물로 경쟁적으로 높여온 현대판
바벨의 탑들이다. 사람은 낮은 평면에서 횡적으로 이웃하고 살아야 서로
손을 잡고 정답게 살아갈 수 있는것이지 종적으로 차별화하여 경쟁적으로
보다 높이 서려고 하는데서는 반목과 시기와 갈등의 연속이다. 어미
개구리가 암소 배를 흉내내어 배를 불리다가 터져 죽은 이솝이야기는
인간의 고공충동의 말로를 경고한 것이기도 하다.
미래학자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에 보면 기원전 6000년의 고속수단인
낙타가 시속 13㎞요 19세기 증기기관차가 시속21㎞로 8000년동안에 겨우
8㎞가 빨라졌을뿐이라 했다. 한데 20세기에 들어 우주선이 시속
2만9000㎞에 이를만큼 고속화로 치달아왔다. 자율적으로 돌게 한
수레바퀴와 타율적으로 돌게 한 수레바퀴 속에 쥐를 넣어 길렀더니 자율
생육 쥐는 제 명대로 사는데 타율 생육 쥐는 눈이 흐리고 우울증에
이상행동으로 제 명대로 못 살았다는 실험은 고속화의 수레바퀴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병폐를 시사해주고 있다. 이 고층 고속의
충돌은 가공할 테러악 말고도 인류의 문명병에 여운을 남긴 참사이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