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에 아름다운 고부 이야기가 나온다. 베들레헴에 기근이 들자
노에미는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이교도들의 땅 모아부에 피난 가 살았다.
노에미는 과부가 되고 아들과 결혼한 모아부 며느리 루츠도 청상과부가
되었다. 이에 노에미는 루츠에게 너는 다신교를 믿는 모아부 사람이니까
모아부의 남자에게 새시집 들라 하고 고향땅인 베들레헴으로 돌아가려
했다. 한데 울며불며 시어머니 따라 베들레헴에 온 며느리 루츠는 이삭을
주워 늙은 시어머니를 봉양했던 것이다. 젊어서 남편이 죽고 시어머니만
남으면 십중팔구 친정에 돌아가는 요즈음 세태에서 자신에게 뭣보다
중요한 신앙을 버려가면서 남의 밭에 들어가 이삭을 주어다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루츠는 예외적 며느리가 아닐 수 없다.

여자가 평생 가장 좋을 때가 「女+良」인 낭(娘·아가씨)이요 시집을
가면「女+家」인 가(嫁·며느리)가 된다. 가족의 행복을 좌우하는 관건이
며느리라 해서 가(嫁)라는 현대적 해석을 하고 싶다. 요즈음 노인문제는
온 세계를 통해 아들·며느리·손자로부터 소외당함으로써 조여드는
고독에 집중돼 있다. 노후에 들어가 살 노인 홈이 제일로 잘 돼있다는
독일에서, 시설로부터 가정으로 노인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가족 품에
돌아가기」운동이 달아오른 것을 보았다. 가정의 따스함 속에 노후를
보내는 것 이상으로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노후에
국가적·사회적·가정적으로 아무런 보장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상하좌우
가족간의 연결고리인 며느리의 마음가짐은 막중하다. 병든 부모에게는
의무적으로 접근하는 며느리보다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딸이 좋다는 게
상식이 돼있는 작금인지라 더욱 그러하다.

한데 일반 통념이 반드시 진실은 아닌 것 같다. 한국치매가족회가 오늘
「세계 치매의 날」을 맞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치매 노인을 간호하고
뒷바라지 하는 것은 통념과는 달리 며느리가 43%로 가장 많고, 배우자가
22%, 딸이 14%, 아들 10%의 순으로 나타나 아직도 베들레헴의 루츠는
우리 정신 속에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엊그제만 해도 앞 못
보는 노부를 폐가에 버려 죽어가게 하고 노모 모시기를 기피하여
형제간에 업어다 집 앞에 버려 자살케 하는 일이 벌어진 판국인지라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