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테러와 전쟁 위협으로 어수선한 요즘,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책 한 권. 제목도 「아름다운 이야기」(원제: All Things Wise
and Wonderful)다.

저자는 평생을 영국 요크셔의 푸른 초원에서 순박한 시골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과 동고동락한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 그는 50세 되던 해 자신의
경험을 다정다감하고 맛깔스런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고,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그 중 하나로, 『어떤 이야기는 재미있고,
어떤 것은 훈훈하고, 어떤 것은 극적이고, 또 어떤 것은 눈물을
자아낼만큼 감동적이다.』(워싱턴 포스트 서평)

서른 편의 에피소드를 모은 옴니버스 형식의 이 책은 헤리엇이 2차대전
중 영국 공군에 입대해 겪게 되는 좌충우돌의 낯선 경험들을 실마리
삼아, 고향에서 있었던 일들을 유쾌하게 회상하고 있다. 특히 수의사로서
동물들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과정,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책장을 넘기면, 군대에 갓 입대한 저자가 고된 행군을 하고 있고, 이어
전날 밤 꿈에 나타난 고향으로 장면이 넘어간다. 헤리엇은 데이킨씨의
외양간에서 앙상한 뼈만 남은 늙은 암소를 치료 중이다. 데이킨씨는 지난
12년 동안 가족을 위해 봉사한 늙은 암소를 이제는 내다 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살꾼에게 넘겨진 암소는 도망쳐 돌아오고,
데이킨씨는 암소를 자식처럼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이른 새벽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간 힐턴 후작의 집. 새끼를 낳다가
자궁이 빠져나온 암퇘지를 치료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저자의
동물 사랑이 코 끝을 찡하게 한다. 또 군대에서 이를 뽑다가 어린 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던 치과의사의 모습을 떠올리는 에피소드는 웃음이 절로
만든다. 『그 후로 나는 몸집이 갸냘프고 말씨가 부드러운 치과의사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상대가 몸집이 작으면 여차할 때 때려 눕히고 도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표현에 이르면, 그의 낙천적이고 천진한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이처럼 서른 편의 글은 하나 하나가 주옥같은 단편소설 못지 않다.
김석희의 유려한 번역이 저자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