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타는 위기에서 빛난다. 요즘 이종범(기아)에게 꼭 들어맞는
말이다. 지난 8월 국내무대에 복귀한 뒤 18경기 연속안타를 쳐내는 등
기염을 토하던 이종범은 잠시 주춤했지만 팀이 4위 진출을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는 요즈음 다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뛰고 있다.

이종범은 '플레이오프 진출의 분수령'으로 꼽히던 18, 19일 한화와의
대전 2연전에서 홈런 2개를 포함, 8안타를 몰아치며 5타점, 6득점을 올려
2연승을 진두지휘했다. 2연전 첫날 1회엔 선두타자 홈런을 때려 기선을
제압했고 이튿날엔 6회에 투런포를 스탠드에 꽂았다. 최근 5경기 타율이
24타수10안타로 4할1푼7리. 전성기가 무색한 불방망이다. 이종범의
맹활약으로 기아는 플레이오프 '8부 능선'을 넘어 고지를 눈앞에 둔
상태다.

이종범의 진가는 화려한 주루 플레이에서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는 2차전
5―1로 앞선 4회 1사후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든 뒤 2루 도루에
성공했으며 3루 방면 내야 땅볼이 날아오는 동안 거의 3루까지 진루했다.
이종범은 3루수가 타자를 잡기 위해 1루로 공을 던지는 사이, 내친김에
홈까지 돌진해 관중석을 뜨겁게 달궜다. 비록 1루수 이영우의 총알
송구에 걸려 아웃됐지만 '바람의 아들'의 명성을 다시 한번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이종범은 요즘 몸이 천근만근. 일본 주니치 생활을 청산하면서 몸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기아로 복귀했으며 지난달엔 링거주사를 맞아야 할
만큼 체력이 저하됐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창단 첫해에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분투 중이다. 젊은 후배들도
선배의 무언의 독려에 묵묵히 따르고 있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플레이오프에서 1위 삼성과 만나도 겁날 것 없다"며 큰 소리를 치는
것이 기아 선수단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