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누빌 '친선대사 홍길동'을 꿈꾸며… ##
요즘 전남 장성군에는 곳곳에서 홍길동이 '출몰'한다. 버스 정류장
표시판이나 읍내 가게 간판, 등하교하는 아이들의 옷이나 가방에서
홍길동 캐릭터를 쉬 찾을 수 있다.
장성군청이 "미국에 미키 마우스가 있고, 일본에 피카츄라는 대표
캐릭터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장성군에서 탄생한 홍길동이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홍길동 캐릭터사업'을 시작한지 만 4년여. 이 사업으로
군은 돈도 벌고 대외적 이미지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지난 99년,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제 1회 경영혁신대회'에서 장성군은 '홍길동 캐릭터사업'으로
대상의 영예도 안았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장성군을 본받아 캐릭터
개발에 열을 올렸을 정도로 파급 효과가 컸던 이 사업은 이렇다할
유-무형 자산이 빈약한 지방자치단체가 '문화 경영'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본보기로 꼽힌다.
'홍길동 캐릭터사업'을 제창한 이는 김흥식 장성군수(64). 교사와
공무원, 중소기업 부사장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쳐 95년 이후 민선군수로
재직 중인 그는 97년 2월, 장성군청의 어느 공무원이 "장성군에 있던
홍길동 생가를 복원하자"고 제안하자 한 걸음 더 나아가 홍길동
캐릭터를 개발할 것을 구상했다. 어차피 홍길동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홍길동을 만든다면 라이센스계약
등을 통해 수익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에 의뢰, 98년 2월 25종의 홍길동 캐릭터를
개발했다. 지차체로서는 전국 최초였기에 언론도 앞다투어 보도했다.
군민들도 홍길동 캐릭터 개발과 홍보에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모 방송사와의 분쟁에서 보여준 군민들의
태도.
98년 6월, 서울의 한 방송사가 홍길동 미니시리즈를 방영하며 캐릭터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군민들은 버스 10여대를 빌려 방송사에 사흘을
연속해서 항의 방문했다. 김군수 역시 방송사 사장을 면담해 "큰
언론기관이 지자체와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득했다. 결국
방송사는 캐릭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군청은 사업이 효율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 관례나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담당자인 박상균씨를 사업 시작부터 지금까지 교체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 2000년 8월 서기에서 주사보(7급)로 승진한 그는
관례상 보직이 바뀌어야 했다. 그러나 면사무소에서 군청으로 파견
근무하는 형식으로 여전히 이 사업에 매달리게 했다.
장성군이 지금까지 홍길동 캐릭터 라이센스 계약으로 벌어들인 돈은
1억3000여만원.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금년이 '홍길동 캐릭터 2차 개발 계획'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연말까지 인터넷에 홍길동 캐릭터와 관련한 웹 사이트를 만들어
새로 개발한 홍길동 캐릭터와 만화 등을 네티즌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의 비판과 지적을 수용해 2003년 이후 TV용 만화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홍길동을 '한국의 친선대사'로 부각시킨다는 게 장성군의
꿈이다.
김흥식 군수는 "문화는 나무를 가꾸는 것처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며
"5년 뒤면 홍길동 캐릭터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성군은 이밖에도 초가와 산골의 다랑이 등 전통 마을의 모습이
살아있어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등 영화와 TV 촬영장소로 쓰였던
북일면 금곡마을을 '영화민속촌'으로 관광지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어떤 거창한 개발계획을 벌일 생각이 없다는 게
이채롭다. 지상에 노출됐던 전신주를 지하에 묻은 뒤, 매년 900만원을
지원해 초가지붕의 이엉을 보수하도록 한 게 지금까지 한 일이다. 근대화
이전의 마을 분위기가 그리워 영화제작자들과 관광객이 찾는 마당에,
굳이 돈을 들여 개발하는 것은 경관만 망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