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인 이웃에서 반인륜적 테러범으로’
미국에서 사상 초유의 항공기 충돌 테러를 감행한 테러리스트들은 생전에
이웃들에게 '예절바르고 근면하며 깔끔한 청년들'이었으며, 직업과
가족을 가진 중산층이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테러리스트라면
젊고 가난한 이슬람 광신도일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는 것이다.
세계무역센터에 항공기를 몰고가 충돌한 주범 모하메드 아타(33)는
92년부터 금년 5월까지 8년간 독일 함부르크 공대에서 도시 재건축을
전공했다. 지도교수였던 디트마 마흘레 교수는 "그가 예절 바르고
신심이 깊었다"고 회고했다. 블랙진을 즐겨 입고 보드카를 잘 마셨으며
당구 바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 그는 아파트 월세를 꼬박꼬박 현금으로
냈다고 한다.
그는 2년전 대학 측에 "아랍계 학생들을 위해 기도실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종교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사 당국은 그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에게 포섭돼, 기도실을 거점으로 테러리스트 세포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스턴 공항에서 발견된 그의 짐 속에서는
"순교자로서 자살해 천국에 가고싶다"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나와,
그가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종교의 길을 선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아타와 함께 비행학교를 다녔던 공범 마완
알셰히(23)에 대해 아파트를 빌려준 집 주인은 "야구 경기에 데려가고
싶은 착한 청년이었다"고 말했다.
범인중의 하나인 지아드 사미르 자라(26)는 레바논 동부의 부유층
가정에서 태어나 기독교 계통의 학교를 졸업했고, 독일 함부르크에서
항공 공학을 전공하면서 여자친구도 사귀었다. 그의 삼촌은 "자라가
술을 즐겨 마시는 세속적인 아이였다"면서 "범인이 아니라 희생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압둘라지즈 알로마리(28)는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월세 1400달러짜리 아파트에서 아내와 자식 4~5명을 데리고 살았다.
수시로 아랍계 손님 10여명을 초대해 새벽까지 모임을 가지곤 했다. 그는
지난달 동네 아이들을 초대해 피자와 햄버거를 대접하면서, "이사가기
전에 잔치를 베풀어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이슬람 풍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사우디로 돌려보낸 뒤 범행을 저질렀다.
타임지는 범인들이 "인터넷과 비즈니스 여행에 능숙한 새로운 종류의
테러리스트"라며 "비이성적 광신자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테러를 감행하는, 끔찍할 만큼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