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스타' 이천수(20·고려대)와 '새로운 피' 최태욱(20·안양 LG)이 히딩크호의 나침반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잇따른 0대5시리즈란 격랑에 기우뚱거리던 히딩크호는 이들 N세대의 활약으로 간신히 항로를 되찾았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히딩크 감독의 위상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2진급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나이지리아와 벌인 이번 평가전에서 히딩크호가 받아든 성적표는 1승1무. 히딩크 감독의 어깨에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숙원을 맡긴 국민의 입장에선 썩 내키지 않는 성과물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천수와 최태욱이란 신병기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거리를 삼아도 무방할 듯 하다.
히딩크 감독과 부평고 동기생인 이들의 운명은 아이러니컬하다. 지난 3월 효창구장에서 벌어진 봄철 대학연맹전에서 이천수의 기량을 살핀 히딩크 감독은 "국제수준에 걸맞지 않은 선수"라며 평가절하했다. 이천수의 어린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 최태욱은 올시즌 초반 서너차례 안양구장을 찾았던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한마디의 평가도 듣지 못했다. 대신 "한국프로축구는 걸어다니는 경기(Walking game)"라는 최악의 혹평에 최태욱 또한 도매금으로 넘어갔다. 그토록 철저히 외면당했던 이들이 위기의 순간에 히딩크 감독을 구해낼 줄 누가 알았으랴.
히딩크 감독도 16일 이번 평가전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누구라고 지칭할 수는 없지만 젊은 선수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며 이들의 활약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비라인과 함께 취약 포지션으로 꼽혔던 양쪽 날개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구세주로 나서주니 그로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동안 히딩크 감독은 테스트 과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숱한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준 뒤 "한국축구의 자원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난들 어쩌란 말이냐"는 무언의 항의를 반복해왔던 게 사실. 그러나 '한국축구의 미래'로 떠오른 이천수와 최태욱의 발굴로 더이상 척박한 자원을 탓하는 일이 쉽지 않을 성 싶다.
〈 부산=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