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말하듯 한다"는 속담이 아마도 이 책의 모티프가 된
듯하다. 눈먼 생쥐들이 코끼리를 만난다. 그러나 코끼리는 코끼리로 쉽게
인식되지 않는다. 코끼리는 기둥, 뱀, 창, 절벽, 부채, 밧줄 따위로
인식되고 생쥐들은 저마다 그것을 주장한다. 코끼리가 마침내 코끼리로
인식되는 것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볼 줄 아는 통찰력 있는 한 생쥐에
의해서이다.
'일곱 마리 눈먼 생쥐'(에드 영 글·그림)는 신비스럽게 처리된
작품이다. 대상의 불확실성 앞에서 강렬한 호기심을 나타내는 생쥐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탑처럼 생쥐들을 쌓아올린 것은 호기심의 높이일까?
무지개의 일곱 빛깔을 연상시키면서 일주일 동안 코끼리를 더듬는 일곱
마리 생쥐, 그림 속의 생쥐들이 형태가 단순하고 평면적인데 반해
코끼리는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다(코끼리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이 중국계
미국 작가는 동양의 냄새가 나는 닥종이를 사용했다). 검은색은 시종
화면의 바탕을 이루면서 생쥐들을 경쾌하면서 환상적인 동물로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그림책은 메시지 이전에 그림 자체로 독특한 맛이 있다. 지혜도
중요하지만 어린 감수성을 활발하게 일깨우는 것이 그림책이다. 삶의
지혜는 좀 늦게 스스로 터득해도 될 것이다.
(최승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