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10번입니다."
기자가 91년 칠레에서 개최됐던 코파아메리카를 취재하다가 한 아르헨티나 기자에게 당시 바티스투타와 함께 아르헨티나 우승의 주역이었던 레오나르도 로드리게스의 포지션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시 로드리게스는 20번을 달고 있었다. 기자가 "등번호는 20번인데 왜 10번이라고 하느냐"고 묻자 그 친구는 "포지션이 10번, 즉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야구에서는 기록지에 투수 1번, 포수 2번, 유격수 6번, 중견수 8번 등 포지션을 숫자로 표기하고 있다. 또 농구에서도 포인트가드 1번, 스몰포워드 3번, 센터 5번 등 숫자가 고유 포지션을 나타낸다.
야구나 농구처럼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축구 선진국에서는 등번호를 보면 대충 그 선수의 포지션을 알 수 있다.
축구의 등번호 중 1번(GK), 3번(왼쪽 사이드백), 10번(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메이커), 9번(센터포워드)은 축구선진국들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숫자들은 각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2번은 오른쪽 사이드백(브라질, 독일, 이탈리아)과 센터백(아르헨티나), 5번은 수비형 미드필더(아르헨티나, 브라질), 스위퍼(독일), 스토퍼(이탈리아)고 7번은 스트라이커(아르헨티나, 브라질) 혹은 오른쪽 미드필더(이탈리아, 독일)를 나타낸다.
이 번호는 야구나 농구처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라치오의 에르난 크레스포, 성남 일화의 샤샤는 센터포워드지만 등번호는 10번을 달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남미 등 축구 선진국의 예를 보면 두 선수는 9번을 다는 게 맞다.
만약 외국 축구기자나 전문가가 샤샤의 경기 모습을 보지 않고 등번호를 먼저 본다면 틀림없이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오해할 것이다.
한국 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수들의 등번호를 매길지 궁금하다.
〈스포츠조선 장원구 기자 playmaker@〉